애린 이종희

시

부두의 마음처럼

나는 떠나는 것을 서러워하지 않으리

아직 썰물을 받아들일 순 없지만

언젠가는 조금씩 밀려가는 물결이고 싶네

어느 날 서녘 하늘 노을빛 와닿으면

녹슨 닻의 오랜 염원처럼

생의 묵직한 포말과 한 번도 말라본 적 없는

파도의 심장 같은 그런 사랑이

내 허허로운 가슴에 미량의 온기로

남아있길 바라네

언젠가 어느 항구를 지나다 잠깐 정박해 본

오래된 부두처럼 변함없이 반기다가도

빈자리의 공허에 익숙해지길 바라네

그 많은 목선을 멀리 보냈으면서도

정작 마음을 거두지 못해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순간에도 의연했던,

그러고도 물결 위에 사심 없이 노니는 윤슬인 양

다정한 어깨를 내주다가 무심히 손 흔드는 부두처럼

나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떠나가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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