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포토에세이

동백이의 성장기

8년 전 (2010) 친구가 동백 씨로 발아시킨 동백나무를 분양해 주었다.

세월이 흘러 약간 웃자란 동백나무를 전지 하게 되었는데, 그중 흙에 꽂아둔 작은 가지 하나가 여러 달이 지나도 시들지 않았다. 뽑아보니 뿌리가 묵직했다.

그 후 어미  동백나무는 형님댁에 보내 드리고 아기 동백나무만 키우고 있었는데, 그 사이 가는 줄기에  잔가지만 무성해 전지 하게 되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한 처절한 버팀에도 결국 가지들은 모조리 잘려나갔고, 그때처럼 달랑 작은 가지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그 헛헛함에  풍란 목부작을 만들고 콩란을 덮으니 그럴싸한 분재  모습으로 변했다. 이렇게 우리 집 동백나무는 주인도 예측 못 한 고난의 역사를  쌓아왔다.

식물도 동물처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심장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우리 집 식물들은 내 발걸음 소리에 얼마나 놀라고 걱정이 될까. 툭하면 꺾어내고 뒤엎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화초는 주인의 관심과 손길 따라 성장하고 자라는 것 같다. 너무 바빠 한동안 저들을 잊고 있을 땐  확연히 관심받지 못한 티를 내고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거나 꼬질꼬질하게 말라 있으니 말이다.

그런 식물에 집중하며 시중을 들 땐 내 마음에 깃든 어둔 그림자가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이르게 되고, 그들은 어김없는 보람으로 내 마음을 채워주고 있으니, 이보다 온전한 커플이 어디 있을까.

가끔 나는 텅 빈 하늘을 보며 빌어본다.

사는 동안 서로에게 참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을 만큼만

아프고 바빴으면 좋겠다고...

[2019.3]

전지 후 한 가지 남은 왼쪽이의  성장 모습

튼튼해지고 있는 모습

또 일년이 지나 새로운 가지가 생김

무럭무럭 자라 첫 봉오리 생김

드디어 첫 꽃이 피었는데, 여느 동백꽃과는 생김이 다름

사촌 오라버니가 선물 해주신 토종 동백이,우리집에 온 지 20년이 다 되었음

20년 전에 을지로 노상 화원에서 구입한 겹동백, 처음엔 분홍으로만 피웠는데

빨강이랑 섞이고 있음. 아무래도 내가 모른 사이 토종이랑 비밀이 생긴 것 같음

낙화 마저도 너무 고와 오랜 날 같이 지낼 수 있는 방법 찾음

어느해 부터인지 토종 동백이에게 백색 무늬가 생김, 다육이에게 이런 일 생기면 이름 앞에 (금)자를 붙여 주는데 혹시 동백이도 ㅎㅎ

유난히 빨간 겹동백이 올해 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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