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비렁길

아무것도 모른 나에게

철퍼덕 주저앉은 나에게

그 섬에는

이류무 같은 신비가 있고

그 너머로 사위어가는

노을빛 사연이 있다고 말했지

한 겹 한 겹 풀린 아치 사랑이

숲길 걸어 수평선에 가닿고

푸른 고독이 섬 그늘에 서서

가없는 물기둥을 올리는 동안

너는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음으로

우리 서로 하나의 섬으로

마주 보고 있었던 것인데

더 가까이

더 깊숙이

 아슬하게 미끌리는 비렁에

높다란 직벽을 세운 까닭은

두 손 모으고

너에게로

나에게로

푸른 길을 내고 싶기 때문이지

한 생이 수놓은 은빛 사랑이

보돌바다에

가득 고였기 때문이지

장소/금오도 비렁길 1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