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생긴 일
산벚나무님 가정 방문
전날에 예약한 방문시간에 맞춰
드디어 산벚나무님 가든에 도착했다.
......
거실에 걸린 사진을 구경한 사이
산벚나무님 정사각형 상을 펴신다.
산벚나무: 옥수수 삶아 줄까요?
애린: 아니요, 괜찮아요.
산벚나무: 점심은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냉면 먹으로 갈까요?
애린: 아... 점심이요? 그럼 삶아 주세요.ㅎㅎ
동생: 언니야, 이 더운데 무슨 옥수수를 삶아요.
애린: 점심이라잖아요, ㅎ 산벚나무님 끼니 거르시면 아니되지요ㅎ
산벚나무: 그런데 냉동된 옥수수는 그냥 삶아도 됩니까?
애린: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산벚나무: 유튜브에서 시킨 대로 껍질 한 겹 남기고 키친 타올로 꽁꽁 싸서 지퍼 팩에 보관해 둔 겁니다.
애린: 어머나~ 이쁘게도 싸셨네요.
곁에 서서 키친 타올을 벗긴 사이, 산벚나무님 두 개의 통에 있는 하얀 결정체를 눈 가남으로 냄비에 털어 넣고 물을 붙는다.
산벚나무: 아차! 이것도 소금...큰일날뻔 했네.
냄비 물을 싱크대에 쏟는다.
산벚나무: 들어가세요. 옆에 있으니 실수를 하지 않습니까.
애린: 네 알겠습니다.
산벚나무: 맥주 드실랍니까?
애린: 술 끊으셨다면서요. 저 혼자 대낮에 어떻게 마셔요.
평소 자랑했던 "주"의 식성을 잊지 않으셨는지, 어느새 소와맥을 탁자에 내려놓고 앉으신다.
애린: 이 병 뚜껑은 어떻게 따나요?
산벚나무님 일어나 맥주 따개를 들고 오신다.
애린: 그런데 이거 어디다가 따라 마셔요?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컵을 들고 나오신다.
애린: 해태.. 봉봉...
산벚나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애린: 여기 컵에 쓰여 있잖아요.
산벚나무: 아, 이 컵은 우리 어머님 때부터 쓰던 컵이라 저는 잘 모릅니다.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자두와 바나나를 들고 오신다.
옆에 있는 동생 과일을 보기 좋게 썰어 접시에 놓는다.
애린: 그런데요. 이 과일은 손으로 먹는 건가요?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포크를 들고 나오신다.
산벚나무: 멸치 드실 랍니까?
애린: 네, 주세요.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멸치를 들고 나오신다.
산벚나무: 고추장도 갖고 올까요?
애린: 네, 고추장도 주세요.
동생: 언니야, 힘드시게...지금 산벚나무님 얼마큼 일어나셨는지 셀 수가 없어요.
제발 사양 좀 하세요.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고추장을 들고 오신다.
산벚나무: 아이스크림 사다두었는데 가지고 올까요?
애린: 아니요, 괜찮아요. 이거면 충분해요.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붕어빵 아이스크림 두 개 들고 오신다.
동생: 이거 너무 많아요. 그냥 하나 가지고 나누어 먹을게요.
산벚나무님 붕어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넣고 들어오신다.
산벚나무 : 과자도 있는데 갖다 줄까요?
애린: 아니요, 괜찮아요. 이거면 충분해요. ㅎㅎ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과자를 잔뜩 내려놓으신다.
또 산벚나무님 일어나 옥수수가 다 삶아진 것 같다며 나가시더니
들어오신다.
산벚나무: 한 십분 더 삶아야겠습니다.
애린: 네...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갈색 음료담긴 패트병을 들고 오신다.
산벚나무: 마실 만 합니까?
애린, 동생: 네, 너무 좋은데요.
산벚나무: 이거 맹감나무 뿌리, 황칠나무 잎, 엄나무 껍질 들어간 겁니다.
애린: 이건 어디에 좋은 건가요?
산벚나무: 다 좋습니다. 이걸 마시면 술도 안 취하고 개운합니다.
애린: 이 음료 만드는 법은 어디서 배우셨나요?
산벚나무: 그냥 제가 알아서 만들었습니다.
산벚나무님 다시 일어나 옥수수를 들고 오신다.
산벚나무: 맛이 좀 어떻습니까?
애린, 동생: 너무 맛있게 삶아졌네요.
오전 10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시계를 보니 3시가 넘었다.
애린: 우리 3시 25분 까지만 마시고 정원 구경해요.
산벚나무: 전망대는 올라가실 겁니까?
애린: 얼마나 걸리는데요?
산벚나무: 한 오 분 정도 걸립니다.
애린: 그럼 올라가야죠.
산벚나무: 엊그제 조카들 올라갔다가 죽었다가 살아왔습니다.
동생: 언니야, 3시 25분 되었어요.
지난 달 수국 꽃이 피고 있다고 자랑을 하시길래
한 가지만 꺾어달라고 했는데
그 말을 잊지 않으셨는지
마당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사이
산벚나무님 수국 한 가지를 자르신다.
애린: 산벚나무님 우리 같이 사진 찍어요.
산벚나무: 사진 찍으면 영이 달아나서 저는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애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도망가시려는 산벚나무님 붙잡은 사이 동생이 셔터를 누른다.
.....
앞서가신 산벚나무님 로즈마리를 텃치해 향기를 날리시더니
어느새 대나무 숲으로 오르신다.
너무 가까이 병풍바위가 보인다.
산벚나무: 저기가 대부산 정상, 저기는 안산입니다.
가르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혹시 몰라 갖고 온 장화를 신으로 가기엔 주차장이 너무 멀다.
뒤따르던 동생이 못가겠다고 해서
힘들면 그늘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서 있던 동생은 후다닥 뛰어온다.
동생: 나 뱀 나타날까 무서버~
전망대에 오르자 나로도가 보인다.
전날 아버지 산소 벌초 하던 생각이 나서
발목을 스친 풀잎에 살짝 감탄한다.
저만치 앞서가신 산벚나무님
어느새 시멘트 내리막길을 걸으신다.
푸른 밤송이가 여기저기 뒹군다.
폭포를 지나고 연밭을 지나고
돌담을 지나고
마침내 도착한 그늘
온 얼굴에서 빗방울이 우두둑 쏟아진다.
산벚나무: 매우 즐거웠습니다.
언제 요산요수님과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애린: 네, 저도 그래요.
그때 요산요수님 꼭 승낙해 주시면 참 좋겠네요.
거의 18년 만에 처음 뵌 산벚나무님은
예전보다 살이 좀 빠진 것 같은데
얼굴엔 생기가 넘치고 건강해보였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진지했던 대화 내용은
그날 담아온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저 다녀간 후
산벚나무님 창문 너머 자귀나무꽃이 시들고 있다는데
우리집에 모셔온 수국은 오늘도 화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