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남천이야기

남천의 고백

문득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던 것은

섣부른 그늘에 공연히 마음 졸이며

살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내 좋은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는 내가 싫어

여러 날 흔들려도 보았습니다.

꽁꽁 언 땅에 내린 뿌리가

더 이상 길을 내지 못할 땐

가만히 기다리는 것도 용기입니다.

빌딩 숲 사이 아슬한 햇살 끌어당겨

하얀 꽃 피우고 열매를 맺었던 것은

삶을 가꾸고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는 더 이상 꿈이 없다고

총총히 떠나버린 그이는 잘 모릅니다.

묵묵히 견딘 나무만이

황홀한 빛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