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가던 길을 멈춘 까닭은

질 좋은 갯벌은 항상

태초의 순수만이 결정할 수 있었지

목마른 조금*을 견디는 것도

짜디짠 인정을 걸러내는 것도

어쩌면 친절에 염장된 시간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라

텅 빈 함수*통을 채운 감정 노동이

무수한 맛을 우려내는 동안

유서 깊은 아궁이마저도

적절한 배려의 온도를 놓치고 말았지

나래질에 얼룩진 표정을 다시 희석한다면

희석해서 촘촘히 드러난 상처를 거둘 수 있다면

아낌없이 주었던 오롯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뜨거운 시간을 진물 나게 견딘 인내만이

눈부신 자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식상하게 철썩이는 파도소리만 요란할 뿐,

순백의 밀물을 놓친 너는

물거품의 그 쓰린 숨결을 볼 수 없는 너는

쩍쩍 갈라진 갯벌의 오목가슴을 알리 없지

뜨거운 눈물로 피어난 소금꽃을 보듬을 줄 몰랐지

언젠가 썰물진 바닷가 텅 빈 마음도

주홍빛 그리움으로 만조를 이룰 텐데

어쩌다 우리는 간수를 떨구며 사무쳐야 했을까

지난 시간을 울컥울컥 토해낸 구름 한 조각

비로소 후련한 듯 나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