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 망산

망산

칠흑 같은 밤

대나무 살로 얼기설기 엮어진 창호지를 통해

섬광이 순식간에 요동을 치고

뇌성 소리가 온 섬을 뒤흔들고 지나 가면

엄마는 늘 그랬지요.

"허 허, 저 산 하나도 안 남겠다"

뒷날이면 어김없이 그 산 사태진 곳을 보고는

언제나 그 모습 변함 없는데

우리는 간밤에 무너진 뇌석 일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언제고 올라 보고 싶은 마음보다

늘 상 거기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두려움을 막아 주는 것으로

야트막한 우리네 마음에 수호신이 되곤 했지요.

그 곳에 오르면

내 어릴 적 무수히 서있던

우리집 새랍과, 방파제와, 절벽위에 군락을 이루고 있던,

주근깨 투성이 나리꽃이 보일 것 같습니다.

장지 고갯마루가

지금껏 보았던 고지의 높이였다면

이제는 망산에 서서

수면과 입맞춤하며 서서히 떠오르는 일출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세상 빛나는 문명이

섬과 섬 사이를 핥고 지나가도

코발트빛 바다와

우리네 유년은 변함 없겠지요.

그 환상을 끝끝내 깨지 않으며

그 산에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