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그대로 인하여 고향을 알았네...
행주산성에는 아직도 다람쥐가 살고
보라색, 하얀색 제비꽃이 핍니다.
가깝다는 이유가 있지만, 어린 아이들과
힘 안 들고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등산로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있어야지요.
그런 저런 이유로 자주 갔었네요.
행주산성 중턱쯤 오르면 몇 갈래의 갈림길이 있고
유년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작은 숲길도 있어요.
그 오솔길에 들어서면
소나무 향내가 사방에 흩어져 싱그럽고
노란 솔가리가 푹신하게 깔려 있습니다.
저는 섬에서 그렇게 노란빛을 띤 예쁜 솔가리를
본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허연 흙 살이 부끄럽게 드러나던 소나무 숲.
집집마다 갈퀴는 필수품이였지요.
정지에 매캐한 내가 가득 차도
솔가리는 얼마나 고운 땔감이였나요.
제가 솔가리가 쌓일 틈도 주지 않았던 섬마을 풍경을 생각할 때
제 옆을 스치는 도시 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요즘 흔한 유행어로 "니들이 솔가리를 알어!?" 하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더러는 있었답니다.
먹을 것이 너무 흔해 무엇이 맛있는지 입맛을 잃어버린 저는
청승맞게도 알맞게 삭은 멸치 젓갈을 넣은 상추쌈이 먹고 싶어요.
가난으로 하여 가슴에 응어리와 서러움이
내 그림자를 따라 길게 그늘져 있지만
그런 상처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유년이였습니다. 그렇게 위안을 삼습니다.
망향님
오늘,
참 행복했습니다.
지금 망향님은 우리집 주변 어디선가 걷고 계실 듯 합니다.
건강하세요.
*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