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베란다 풍경] 상사화와 꽃무릇

땅속 깊은 곳에서

뿌리는 하나로 영글지만

너와 나는 엇갈린 운명이다

우리는 일생을

피어나기 위해 시들어야 하고

시들기 위해 피어나지만

꽃이어도 좋았고

잎이어도 좋았다

꽃잎 벙근 자리는

겹치지 않는 그림자처럼

낙화의 시간을 모르기에

너무 진한 향기는

수혈하지 않았다

아득한 지상과 하늘에서

우리는 별이 아닌 빛으로

만날 수 있을까

마른 들풀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

위화의 시간을 위해

네가 가만 손 내밀어

다가올 때까지

나는 한 떨기 사랑으로

피어나겠다

*위화(違和): 조화롭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상태

분홍 상사화(학명: Lycoris squamigera)는 여름이 끝날 무렵 연분홍색 꽃을 피우는 구근식물로, ‘그리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 ‘기다림’이 대표적인 꽃말입니다.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날 때는 꽃이 지는 독특한 생태로 인해, 만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을 상징하며 "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한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는 분홍 상사화의 애절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립니다.

분홍 상사화는 중국이 원산지이나, 한국과 일본에도 널리 퍼져 관상용으로 사랑받습니다. 꽃이 붉게 피는 꽃무릇(붉은 상사화)과 달리, 크고 연분홍색의 꽃잎이 여럿 모여 화사하게 피는 것이 특징입니다. 7~8월 무더위가 끝날 무렵부터 꽃대가 올라오고, 향긋한 향기를 내며 짧은 기간 동안 화려하게 핍니다.

기르는 방법도 까다롭지 않습니다. 9~10월 가을이나 이른 봄에 구근을 심는데, 햇빛이 잘 드는 곳이나 반그늘, 배수가 잘 되는 흙을 고르세요. 구근 간격은 15~20cm 정도 띄우고, 너무 자주 물을 주기보다 적당히 건조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한 병충해가 적고 환경적응력도 뛰어나 정원이나 화단, 학교, 사찰 주변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분홍 상사화에는 알칼로이드 계열의 독성이 있어 절대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오로지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관상용 꽃으로 심으며, 그 꽃말처럼 애틋한 사랑이나 그리움, 기다림의 마음을 전할 때 의미 있게 사용됩니다. 슬픈 전설과 우아한 꽃 모양 덕분에 많은 시와 문학, 그림 등에서 영감을 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