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포토에세이

비렁길 1코스 중간에서부터 담은 함구미 마을입니다

섬이 열리자마자

검푸른 섬을 동경하던

이웃섬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고

걸음을 잇는 자리에 집을 지으면서

길마다 돌담이 만들어졌습니다.

큰 돌, 작은 돌, 납작돌, 모난 돌…

돌의 생김는 각양각색이고

사람들 마음 또한 여러 갈래 길을 이루어도

비탈진 마을은 골목마다 아이들 웃음꽃 만발하여

참 다정하고 예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거대 자연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쌓고 쌓던 돌담은 여전히 건재하고

저 홀로 늙어간 정든 집들은

살아온 흔적을 지우느라

왕성한 적막을 채우고 있는데

저는 눈치 없는 바람처럼

시간을 재우며 빈 길에서 한참을

어슬렁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