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이 시대 현인을 찾아서

국제 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 한쪽 벽면, '왜 책을 모으느냐'는 질문에 유난히 눈길을 붙잡는 문구가 있었다.

"내 세계가 아닌 타인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 세계를 향한 내 호기심을 눈치챈 딸애가 공을 들여 도서전 관람 일정을 잡았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던 딸애의 당부가 무색하게 평일 오전의 입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하지만 전시장 안쪽은 빈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복잡했다.

좁은 틈을 비집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긴 줄을 견디면서도, 사람들의 표정에는 느긋한 여유가 묻어났다. 좌우를 살피거나 벽면의 문장들을 가만히 눈에 담는 이들과 유명 작가의 사인회 앞을 서성이는 행렬 속에서 나와 딸애도 밀물처럼 밀려드는 사람에 휩쓸려 앞으로 나아갔다.

책의 무게로 어깨가 묵직해질 때서야 편리한 인터넷 쇼핑이 머리를 스쳤다. 그럼에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가슴을 채운다.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했을 무수한 세계가 끊임없이 눈앞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 이 시대의 작품들 속에도 오늘의 명과 암이 바탕이 되어, 미래를 향한 갈망과 예측이 촘촘히 새겨져 있을 것이다. 불안이 삶을 위협할 때마다 사람들이 그 시대의 현인들에게 답을 구했던 것처럼, 오늘의 이 분주한 행렬도 그 연장선에 있으리라.

요즘 사람들은 손바닥 안의 네모창을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 편리한 기계를 손에 쥐고도 사람들이 굳이 문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리는 이유는, 텍스트 너머에 살아 숨 쉬는 타인의 온기를 확인하고 싶어서일 테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사이 또 하루가 저물었다. 저마다의 물음표에 대한 대답이 다양하게 적힌 벽 앞에서, 방문자들이 남기고 간 마음을 읽으며 나는 나지막한 온기로 속삭여본다.

부디, 외롭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