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가을입니다

베란다 안쪽으로 볕이 밀려옵니다

수국 잎이 시나브로 목이 마릅니다

따가운 볕에 계곡 바람이 스며듭니다

풀벌레 소리가 풀잎 속에서 맑아집니다

샤프란 꽃망울이 흙 위로 고개를 듭니다

부추 꽃대 끝 흰 매듭이 점점 풀립니다

칡잎에 몸을 감춘 꽃이 향기로 들킵니다

풋감 끝자락에 봉숭아 물이 번집니다

단정하게 빗은 억새꽃이 바람을 탑니다

무화과 속 깊은 꽃이 밖으로 열립니다

몸을 낮춘 저녁 바람이 발목을 스칩니다

열어둔 창에 여름의 등이 잠깐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