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북한산에서…

시나브로 오르느라

쉴 틈이 없었지만

시나브로였기에 가능한

백운대 정복이었다.

그러나 내 평생 올라야 할 깔끄막을

오늘 하루에 다 오른 듯싶다.

오름을 향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관대하지 말자던

어느 수험생의 의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나를 살피지 않았더라면

푸른 숲 사이로 별처럼 쏟아진

햇살 무늬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사잇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잠시 머물다 가는 바위에서

이런 살가운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 아줌마! 자리를 왜 안 치워 놨어요?”

“네~ 죄송해요. 오늘 손님이 너무 많아

미처 치우지 못했네요~ 하하!”

“네~ 하하! 그러셨어요?

제가 치워 가면서 앉을게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