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서…

시나브로 오르느라
쉴 틈이 없었지만
시나브로였기에 가능한
백운대 정복이었다.
그러나 내 평생 올라야 할 깔끄막을
오늘 하루에 다 오른 듯싶다.
오름을 향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관대하지 말자던
어느 수험생의 의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나를 살피지 않았더라면
푸른 숲 사이로 별처럼 쏟아진
햇살 무늬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사잇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잠시 머물다 가는 바위에서
이런 살가운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 아줌마! 자리를 왜 안 치워 놨어요?”
“네~ 죄송해요. 오늘 손님이 너무 많아
미처 치우지 못했네요~ 하하!”
“네~ 하하! 그러셨어요?
제가 치워 가면서 앉을게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