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바램
6 남매 중 막내딸을 시집 보내던 날, 그녀의 어머니는 결혼식 직후 서운한 마음을 위로하던 나에게 그래도 살만한데 시집을 갔다며 애써 평정을 찾으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개나리 꽃 만큼 노랗고 예쁘던 신혼 부부를 보며 그 누구도 그녀의 앞날에 드리워질 구름을 예감하지 못했다.
허니문 베이비로 태어난 아들은 나름대로 씩씩하게 커 주었고 공군 장교로 입대해 승진을 거듭해 나가던 남편도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 그녀는 누구에게나 부러움의 대상이였다.
그렇게 몇 해가 훌쩍 지나 아침이면 아들은 앙증맞은 손을 흔들며 유치원을 향했고, 그녀는 아빠처럼 씩씩한 군인의 아들이길 원했다.
남편이 먼 곳으로 훈련을 떠난 여름날, 유치원에서 물놀이를 갔다 온 후로 계속 열이 나던 아들은 그 날도 어김없이 감기 치료를 받고 엄마 품에 잠이 들다 한밤중에 구급차에 실려 가고 말았다.
큰 대학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한 채 깨어나기만 하면 경끼를 하는 그 아이에게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건 밤잠을 설치며 절망과 원망을 가슴에서 쓸어 내는 것 뿐 이였다.
병원비는 아들의 건강과는 상관없이 날로 불어나고 있었고, 생각과 말 할 수 있는 기능마저 점점 역행하고 있었다.
장애 일급이라는 선고를 인정할 수 없지만, 받아 들이기로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는 세월이 어느덧 3년이 훌쩍 지나고 있다고 했다.
아이는 앞니를 빠진 모양새를 하고 낯선 나를 와락 껴안고 입맞춤을 해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눈을 가진 아이를 그토록 슬프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난생 처음 알았다.
생각이 없어져 버린 순백의 영혼을 지켜보며 몸집이 커 갈 수록 상처받고 스스로 체념하며 살아갈 아이의 부모를 생각하니 한쪽 가슴이 아려왔다.
특수학교에 입학을 하고 등교를 해서 할 수 있는 건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을 먹고 돌아오는 것 밖에 없다며 더 이상 욕심은 없지만 밤에 맘 놓고 잠 한번 자 보는 게 소원이라던 그녀의 애처로운 한 마디는 욕심으로 가득 찬 내 가슴에 오래도록 꽂혀 쉽게 빠져 나가질 못했다.
잿빛 구름으로 드리워진 하늘을 보면서도 여전히 부부는 노란빛을 띠고 있다.
세상 저편에서 아들을 향해 다가올 따가운 시선과 상처가 그들 가슴에 머무르지 않길 바라며 그녀의 바램대로 올해는 밤잠을 편히 잘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 본다.
2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