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선택




다음 설거지할 때까지
수세미가 바구니에 누어
뽀송뽀송하지 못하면 별로다.
선반 뒤쪽 벽에 있는
고리를 애용했으나
미약한 통풍이 문제였다.
수세미와 벽이 이별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에 미관 해침이 적은
낚싯줄이 선택되었다.
벽과 떨어진 수세미 물방울은
바로 싱크대로 하강해서 좋고
무엇보다 수세미가 산뜻해졌다.
내친김에 그릇 선반보다
살짝 앞으로 당겨
행주 건조대도 만들었다.
건조가 빠른 것도 좋지만
그곳을 잠시 스치는
잡다한 그릇을 감추는
커튼 효과까지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투명 낚싯줄이면 더 좋겠지만,
낚시를 즐기는 오빠에게 부탁한
낚시 줄은 연핑크였다.
약해 보이는데도
그 줄로 못 잡은 물고기는
없다는 말이 맞는 것이,
일 년 동안 썼는대도 멀쩡하다.
낚싯줄은 멀쩡한데
세상은 왜 그럴까?
초침마저 쪼개 쓰던 날들의 삶이
피폐하다 여길 때가 봄날인 것을,
넉넉한 시간에 하겠노라 던
숱한 미룸은 떠오르지 않고,
공허한 메아리만 가득한
어느 오후를 보내면서 알았다.
역시 행복은 부족한 우리의 몫이다.
이번 한파도 잘 다독여 보내야겠다.
*추운데 건강 잘 지키세요.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