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카메라의 붉은 눈시울은 누가 현상했을까

연둣빛 배경은 깃털로 오는 게 아니라고 했다

방향을 잃어버린 감도에 매몰되었다면

망원렌즈는 바스락거린 저 흑백 능선을

노을 번진 언어로 끌어 당길 수 있었을까

암실에 저당잡힌 문법을 포착할 수 없었다면

반듯한 구도로 삐걱거린 저 피사체의 진저리를

밑줄 환한 떨림으로 퇴고할 수 있었을까

투명한 앵글이 지루한 행간을 오르내리며

확장을 조이는 울렁증에 미끄러질 때

엇나간 역광은 뜻밖의 무위 無爲를 끌고 와

오작동에 찰칵거린 백색 묘사를 풀어주었다

형체를 상실한 사물을 편집하는 일은

음화를 놓친 허탈한 각질로 흩어질 뿐,

꿈틀거린 시어로 글썽일 수 없다

음습한 바람을 가르며 광선이 번뜩인 것은

외진 길에 납작 엎드린 민들레의 편애 때문이고

흠뻑 굳은 관념이 저 홀로 방전되었기 때문이다

까닭 없이 흘러간 장면이 찰나의 문장으로 걸어온다

내 사유가 바닥에 닿지 않으면 이내 멀어질 초점이다

⚘️변함없이 다녀가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좀 깊게 숨겨둔 시 올렸습니다.

https://blog.naver.com/aerincap

[애린의 다락방 가는 길]

위의 링크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포토에세이]를

틈틈이 한곳에 모으고 있는 제 블러그입니다.

쉼이 필요하실 때 가볍게 다녀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