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마루


뒷산 마루에 자리잡은 조깅 트랙을 향해 길을 나서기 시작 한 지 오늘로 아흐레 째 날입니다.
야트막한 산 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요즘 산에 흔히 자라는 아까시(아카시아) 나무가 한창 물이 올랐고, 무엇보다도 박하사탕처럼 내 후각을 빠르게 자극시켜주는 솔 향이 있어서 좋습니다.
그 동안 잔뜩 입을 오므리고 있던 덜꿩나무 꽃 봉오리가 어제는 팝콘처럼 톡톡 터져 주어 얼마나 반가웠던 지요.사실 전 송송 맺힌 꽃 봉오리가 전부인 줄 알았거든요.
이렇게 가까이 그들이 살고 있었는데 저는 아주 먼 길을 돌아 이 산에 오르게 되었지요.
며칠 동안 똑 같은 시간 대에 오르다 보니 이제는 낯 익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틀 전 산 능선 솔 밭 가에서 풀피리를 불고 계시던 아저씨도 날마다 뵐 수 있어요. 한 참 동안 풀피리를 불고 계셔서 저도 따라 해 보았지만 그것도 기술이 필요한지 어설픈 소리만 내 손에서 버벅 대다가 빠져 나가더군요.
목적지에 도착하여 운동장을 바라보노라면 여러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과 몸짓으로 조깅트랙을 돌고 계십니다. 그분들 중에는 언제나 손을 꼭 잡고 걷고 계신 노 부부가 가장 먼저 제 눈에 들어오지요.
제가 훌라후프를 끝내고 그 트랙에 들어 설 때 까지도 그분들은 두 바퀴도 채 돌지 못하지만 온 얼굴엔 땀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습니다. 할머니 한쪽 팔과 다리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거든요.
해질녘이면 김포공항을 향해 착륙하려는 비행기가 엄청난 소음을 뿌리고 연이어 지나갑니다. 그래도 견딜 만 한 것은 이미 그 소음에 이골 난 나무들이 조금은 걸러 주기 때문인지.아니,어쩌면 저물 녘 노을 빛에 매료되어 작게 들리는지도 모르지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건물에 가리고 또 낮은 지역 탓에 노을다운 노을을 제대로 볼 수 없었거든요.
오늘도 해질녘이면 다섯 살 박이 아들 손을 잡고 뒷산에 오를 생각입니다.
아들은 어제처럼 제 손을 뿌리치고 나풀나풀 뛰어가겠지요.그러다 또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 날 거고요.
그 동안 하얀 속살을 아슬아슬 하게 보여 주던 산딸기 꽃이 오늘은 활짝 웃음을 터뜨려 줄 것입니다. 덩달아 산 비둘기도 "국.구.국국구..." 하고 정겨운 노래 한 소절 불러줄 거고요.
2003년 5월
♪ ro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