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그녀(안개님)에게
요즘 하늘이 왜 이럴까요?
매일 쏟아지는 빗줄기에
전 그 동안 의지로 해 오던 운동을
오늘도 포기하고 말았어요.
어렸을 때 비가 오면 참 좋았지요.
엄마께서 빨래 걱정을 하시든
매일 쏟아지는 비 때문에 농작물이 녹아 버리든
오로지 비가 오면 호박 부침을 해 먹고 싶었고,
들꽃이나 풀잎에 맺힌 빗방울이 보기 좋았고,
우산을 쓰고 걷는 것도 좋았고,
비가 와서 좋았던 게 어디 이뿐 이겠어요
그렇다고 지금 그 때의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요.
언니를 알고 지낸 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가네요.
밤 늦은 줄 모르고 올빼미들의 수다는
제 얼굴에 주름 하나 그려 주었지요?
그런데 참 이상해요
우리가 만나던 수 많은 사람들,풍경들...
그 인연들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버리거든요.
그래서 그리움이란 단어가 생겼을까요?
여전히 언니는 안개비를 맞고 걷고 싶으세요?
저는요... 가끔 언니를 닮고 싶어져요.
한번씩 무심코 툭 던진 말에도
경직된 마음을 풀어 주는 웃음이 있었고
다가가고 싶은 다정한 분위기가 있거든요.
언니가 먼 길을 돌아 살짝 내려놓은 선물을 풀면서
제가 많이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도 잊지 않고 애린이를 생각해 주셔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언니도 나처럼 그 시간들을 잊지 않고 있었구나...
막연하지만 그래도 언제고 올빼미들이 다시 뭉쳐서
밤 늦은 줄 모르고 별도 따고, 달도 따고,
그리고 안개비 내리는 돌산 다리도 걷고...
이젠 비가 그만 내렸으면 좋겠어요.
햇볕을 받아야 삶을 이어 가는 분들이
더 이상 날씨 탓을 하지 않게요.
여전히 이 비가 반갑고
비를 보며 누군가를 그리워 지는 이 순간이 좋지만,
그런 마음이 가끔은 사치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한 때는
무지개 다리를 건널 수 있으리라
야무진 소망하나 품은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 소망을 지킬 때 보다
오히려 소낙비에 허망하게 떠나 보낸 후
제 마음은 한층 성숙되고 편해졌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어요.
지킨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무게와 압박이 따른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거든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에요.
행복이란 막연히 추상적이라지만
저는
초라해도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한번도 만나지 못했어도
언젠가 만날 수 있고
또 잊지 않고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
참 소중한 마음 들이에요.
비오는 이 밤도 행복하시고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기대 할께요.
비오는 밤 애린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