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오늘은 당신의 날입니다.

*섬마을 여선생님*

이른 봄

두꺼운 외투에

큰 가방 두 개.

바람에

헝클어진 표정.

다문다문 피어난 설레임.

꽃다운 선생님이

교문에 들어서고 계십니다.

어느 날, 선생님은

먼 산을

한참동안 쳐다보고 서 계십니다.

그 날은

철없는 제자들의

성적표를 받던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연두 빛 싹이

여리게 트고 있던

초년의 성적은

거친 파도 위 작은 돛배처럼

까마득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선생님 가슴에 자리잡던

퍼런 멍울이 사라지셨는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

외진 언덕

산딸기에 반해

설레는 마음

들켜 주시던 선생님.

나른한 오후,

섬 소녀들 가슴에

꿈결처럼 불러주시던

인어 이야기.

그 때처럼

아직도 그 노래를 부르고 계시는지

많이 그립습니다.

애린이 다락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