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제 나이 스물 다섯

★-제 나이 스물 다섯-★

제 나이 스물 다섯,

세상이 막연해도

그 때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습니다.

낙엽 지는 가로수 길을 걷다가

하루종일 우울도 했었고,

봉 긋 솟은 봄 싹을 보고

사춘기 소녀처럼 설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동안 지켜보기도 했었지요,

잦은 감상에

숱한 밤을 하얗게 지새우던

그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게도

예상치 않는 시련은

틈만 나면 다가서려 했었지요.

쉽지 않았던 시간들은

이 순간만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남도 그 푸른 바닷가에

통나무집을 짓는 꿈을

아직도 저는 꾸고 있습니다.

봄날,

장다리꽃 배추흰나비 사랑도 지켜보고

그이의 새끼 손가락에 곱게 물들일

어여뿐 봉숭아꽃도 심을 꿈을 꿉니다.

별을 헤며

아롱진 추억에 젖어

하얗게 밤을 지새울 꿈을

아직도 저는 꿉니다.

오늘이 지나면

제 컴퓨터는

먼 이국으로 먼저 떠납니다.

그 동안 외로움을 같이 견디며

서로 위로가 되고 친구되던

내 사랑 컴퓨터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있어야지요.

한국에서의 마지막 작별이 아쉬워

제 나이 스물 다섯 적 모습을 올려 보지만,

제 허영심을 들켜 버린 것 같아

자꾸 부끄러워 집니다.

버려야 할 것은 끝도 없는데

제 욕심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결국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용감히 떠나지만

언제부턴가 세상은

무지개 빛 유혹으로 다가섰습니다.

어렵다는 경제지만

여러분 모두에게

넉넉하고 둥그런 한가위이길 기원 합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이종희/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