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애린이

애린이[1]

애린네 다락방은 내 어린시절 너무 많은 꿈들로 가득차 있었다.

애린네 엄마방에서 좁은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작은 아치형문이

하나 있는데,그 문에 들어서면 미색 책꽂이에 가지런히 꽃힌 수많은 책들...

내가 애린이네에 놀러가면 그 책들은 나를보며 항상 반겼다.

내 작은 손은 그 많은 책들을 가만히 두지 않아 책들은 나를 아주 익숙한

자세로 내 정신에 날개를 달아주곤 했다.

내가 그 다락방에서 만난 맨 처음 친구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다.

하이디가 디테이모를 따라 할아버지 만나로 갈때 나도 하이디를 따라

알프스 산자락을 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들꽃과 양치기 소년,알프스산 꼭대기에 하얗게 쌓인 눈...

책을 펼치면 난 알프스 산을 동경하다 하이디가 되고 만다.

다락방 한쪽엔 작은 유리창이 하나 있는데 그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면

작은 선창가에 배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넘실대는 물결따라 춤을추고

좀 더 멀리엔 파도막이 긴 방파제가 편한 자세로 누어 갈매기들이

가끔 쉴 수 있게 자리를 내어주곤 했다.

방파제 끝엔 하얀 칠을한 등대가 밤이면 우주의 별 하나가 내려와

앉아 항상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했다.

저 멀리 푸른 수평선은 꼭 하늘하고 이어져 있는것 처럼 보인다.

가끔 지나는 흰 구름은 바다속에 조각섬이 되어 떠 다니곤 했다.

그 바다를 보며 난 맘껏 내 마음을 그려놓고...어느날 들이닥친

폭풍우에 내 환상은 마침표를 찍고 난 또다시 애린네 책속의 주인공이 된다.

애린네 집 뜰엔 애린이 엄마가 봄부터 가꾸어온 국화가 울타리처럼

커져가고 작은 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면 국화향은 집가 조금 떨어진

선창가에도 사람의 후각을 자극 시킨다.

난 처음엔 국화향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한약처럼 씁쓰름한 향은 어느날 국화가 활짝피어 꽃동산을 이룰때

그 쓴 향은 더이상 내게 쓰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쪽 가엔 작은 항아리들이 키제기를 하고 장독대 아래는 아직

덜 시들은 색색의 채송화가 아침 이슬을 먹고 눈을 비빈다.

그의 엄마는 항상 부지런해서 잠시라도 쉬질 않는다.

애린이 엄마는 아주 오래전 제주도에서 동네 친척을 따라 이곳까지

물질을 하러온 해녀다.

동그란 눈과 한쪽 볼엔 보조개가 있고 목선이 갸냘퍼 보이는 그 엄마는

처녀시절 동네 총각들의 가슴을 많이 울렸다 한다.

어느날 갑자가 애린이가 태어나고 마을에 작은 소동이 벌어진 후론

더이상 총각들의 가슴은 타질 않았다.

애린이 아버지는 누군지도 모른다. 다만 가끔 어디에선가

애린이 엄마에게 하얀 봉투에 깔끔한 글씨가 쓰여진 편지가 올 뿐 이다.

난 애린이 아버지가 같이 살지 않는다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애린이는 엄마와 단둘이 ,그저 평범한 가족의 일상처럼 무덤덤 했다.

애린이 엄마는 애린이에 대한 집착과 구속이 아주 심했다.

그 애가 친구 집에 놀러가는 것도 아주 큰 마음 아니면 안되었다.

하다못해 매일 같이 놀아준 나에게도 마찬 가지다.

그 엄마는 그 집 울타리 안에서 애린이와 놀기를 항상 바랬다.

내가 놀러가면 맛있는 간식을 만들고 심심지 않게 노래도 틀어준다.

애린이는 그런 엄마를 내가 놀랠만큼 잘 따르지만 가끔 애린이는

아무말도 못하고 쪼그려 앉아 우는걸 나는 아무말도 못한체 봐야 했다.

애린이[2]

여느때처럼 애린이집 다락 방에서 책에 정신이 팔려 있는 나를 흔들며

애린이는 나에게 작은 명함판 흑백 사진을 보여 주며

"이 사람이 우리 아빠셔"

난 조금 놀라긴 했지만 태연한척

"그러니?"

"응,나 여수에 나가면 가끔 만나"

"아빠를 만난다고?"

"응, 아빠는 그냥 날 안아 주기만 해"

"엄마도?"

"우리엄만 울기만 하고..."

"이 책들은 다 아빠가 나 만나면 사들고 오신거야"

".................."

"난 별로 책들을은 안 좋아 하는데...아빠는 만날때마다 사들고 오셔서

난 그냥 반갑진 않지만 니가 좋아하닌까 아무말도 안하고 들고 오지..."

"..................."

"난 니가 없었으면 얼마나 외로울까?

엄마는 매일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난 집에서 할 것도 없는데 집만 지키고....."

애린이는 말 끝을 흐려가며 나지막하게 속 얘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웃음기 없는 애린이 얼굴은 창백해 보이는데 아빠얘길 하는 애린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을 쏟아낼것 같았다.

"우리아빤 참 잘생겼어.....

지금은 서울에서 선생님 하신데...

우리 할아버진 교장 선생님이라 하는데 난 한번도 본적이 없어.

아빠가 날 만나러 오시면 아빠는 까만 자동차를 타고 계셔.

자동차 앞 거울에는 아빠 부인과 나보다 어린 딸들이 작은 사진안에

담겨져 매달려 있어..."

"................."

"난 이담에 크면 엄마처럼 안 살거야.엄마는 참 바보야!

어떻게 그런 아빠를 만나니?"

"왜, 선생님 이라면서"

"야,선생님이면 뭐해! 같이 사는것도 아닌데...그리고 어떻게

엄마를 두고 그렇게 결혼을 하니?

아빠가 대학다닐때 여름방학에 산너머 해수욕장 있지?

거기에 놀러와서 엄마를 처음 봤데.

엄마는 그날 해녀일을 마치고 돌아오다 그 해수욕장위에

흐르는 개울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는데

아빠가 지켜보다 엄마가 잡은 소라를 사겠다고 했나봐.

그래서 엄만 아무생각없이 팔았데...

이런 얘긴 나도 얼마전에 알았어.

왜 우리는 이렇게 사냐고 엄마한테 말을 하다 울었거든...

어쩌다 한번아빠 만나러 가는것도 이상하고...

그 자동차 안에 사진도...."

".................."

"그날 우리 엄마도 많이 울었어.나 한테 미안 하데...

엄마도 이렇게 사는거 누구보다 싫다고...

그렇지만 아직도 엄마는 아빠를 사랑한데...

그래서 가끔 아빠를 만나면 하고싶은 얘기가 많은데

생각과 달리 울고만 온다고...하도 할 말이 많아서..."

난 좀 멍해진 기분이였다.

처음으로 알게된 애린이 아빠에 대한 얘기가 정말 사실일까...

그런 궁금증에 애린이가 쉬지않고 떠들어대는 입을 보며

내 놀란 마음을 감추려 애썼다.

"애린아! 엄마 수건좀 줄래?"

마당에서 애린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중에 또 해줄께.

우리엄만 다른 사람에게 아빠 얘기 하는것 싫어 하거든."

"그래...니가 해주고 싶을때 해.난 아무래도 괜찮아."

저녁이 되고 난 이제 집에 가야한다고 말을하고 다락방을 내려와

마당을 쓸고 계신 얘린이 엄마의 얼굴과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 얘린이와 한 얘기를 들킨 기분이 들었다.

애린이[3]

그날밤 잠을자다 빗소리에 깨어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모르는 애린아빠의 모습과 부러움에 찬 애린이 다락방과

애린이 엄마애기와.........

아침이 되고 애린이는 학교가자며 우리집에 들렀다.

난 부시시한 눈으로 애린이 얼굴을 보았지만 애린이는 여느때와 똑같이

단정하게 빗은 머리에 분홍색 리본이 달린 끈을 양쪽으로 묶고는 빨간색

책가방을 매고 밝게 웃고 있었다.

난 후다닥 세수만 하고 대충 머리를 빗고 책가방을 들고 나왔다.

"영희야!밥먹고 가야지"

밭일을 마치고 방금 돌아오신 엄마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렀지만

이미 시간은 지금나가지 않으면 지각하고 말것같아 대꾸도 안하고

난 애린이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세벽마다 엄마는 밥상을 차려놓고 밭에 가시고 난 차려진 밥상을 혼자

먹어야 했다.내 위 오빠가 있었지만 오빠는 객지에서 혼자 공부를하고

아버지는 몇일째 먼바다에 나가셔서 집은 더 텅 비어 있었다.

등교길은 작은 오솔길이 있고 언덕을 오르면 길 옆엔 큰 밭과 밭 가엔 낮은 돌담이 쌓여 있다.

조금 더 내려오면 크고 작은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우리가 지날때 마다 솔잎을 흔들어 준다.

소나무 숲 길을 지나면 바다가 푸른빛 물결로 눈인사 한다.

가끔 난 길만 보고 걷는 까닭에 학교길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쩌다 길가에 들꽃을 보고 이길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애린아, 어제 잘 잤어?"

"응, 왜?'

"난 어제 네가 한 얘기 때문에 잠이 잘 안왔거든"

"왜?"

"난 사실 너의 아빠에 대해 한번도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어.그런데

어제 네 얘기에 조금 놀라기도 하고...너도 아빠가 있구나...하는

갑작스런 생각도 들고...."

"히히히.겨우 그거야? 난 또 뭐라고...야!난 너한테 얘기는 안했지만

난 별로 아빠를 안 좋아해. 엄마를 버렸다는 것도 있지만 아무튼 ..."

"무슨 사정이 있지 않을까?"

"사정? 무슨사정......에잇 그랬다고 해 두지 뭐"

애린이는 귀찮다는 듯 신경질을 내며

"야, 이러다 늦겠다. 빨리 가자"

그날 난 수업 시간에도 애린이 아빠에게 정신이 팔려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길에

애린이는 오늘은 좀 놀다 가자며 바닷가 자갈밭에 앉아 하얗게 탈색된

소라 껍질을 만지작 거리다가 바다만 한 없이 보고 있었다.

"애린아,엄마한테 혼나면 어쩔려고..."

난 애린이 엄마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은근히 마음이 불안했다.

"오늘 물질 가는 날이야. 지금 집에 안 계셔...이런 날이라도 실컷 놀다

갈려고 하면 이런날은 놀게 생각이 안나 그치?"

"우리 그러면 들꽃 꺾으로 갈래? 저 위로 가면 참 많아 들국화도 있고

들국화 비슷한 향이 나는데 하얀색에 꼭 해바라기 같아 가볼래?"

"그래? 여기서 멀어?"

"그렇게 멀진 않아...가보면 알거야"

우리는 가방을 맨체 산길 옆으로 가는 들을 걸었다.

내 예상대로 들꽃은 너무도 예쁘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우린 무슨 꽃인지도 모르고 꺾다가 벌에 쏘일 뻔 했지만 운좋게

피할수 있었다.

낮게 쌓인 돌 무덤을 보며

"이건 애기 무덤이래...처음엔 이 무덤을 지나갈때 얼마나 무섭고

소름끼쳤는지 몰라 그래서 지나갈때 마다 막 달아나면 뒤에서

누군가가 꼭 끌어당길것 같아 앞만 보고 달렸지...

그런데 하도 많이 지나다 보닌까

그렇게 무섭지만은 않아"

"어린나이에 죽는다는건 참 슬픈 일이야 그치?"

"그래...우린 참 다행이지? 이렇게 살아서 이런곳도 와보고..."

"우리아빠가 지난번에 만났을때 나 데려 가겠데..서울에서 공부 시키겠다고..

근데 난 안 갈거야. 너랑 헤어지는 것도 싫고,이곳이 좋아.

다시 태어나도 이곳에서 살고 싶어"

"나도 그래....너랑 같이 여기서 살수 있다면..."

난 노란색 들국화를 짧게 꺾어 애린이 귀 옆에 살짝 끼워 주었다.

애린인 좋아라 웃으면서 나에게도 해주겠다고 했지만 난 머리가 짧아

안 어울릴것 같다며 다음에 머리가 길면 그때 끼워 달라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우린 꺾은 들꽃을 한아름씩 안고는 산길을

내려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애린이 다락방 화병에 꽂혀있는 들꽃을 보며 우린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난 언제나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애린이에게 약간 과장을 해서 얘기를

해주고 애린이는 그런 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기울려 줬다.

애린이는 그렇게 해주길 내가 귀찮을 정도로 졸라데기도 했다

애린이[4]

"쯔쯔쯔, 그래서 뜬데?"

"그러게 말이야. 애린이 할머닌가 와서 아들 잡아 먹을 거냐고 난리를 쳤데"

"아니 왜? 왜 가만히 사는 사람한테 그런데?"

"애린이 엄마가 아직도 애린이 아빠를 만나는가봐 . 가끔 여수 나가면

내려와서 만나는걸 지금 애린이 아빠처가 알고는 못살겠다고 그런 난리가 아니였데"

우연히 빨래터를 지나다 애린이집 옆에사는 귀남이 엄마와 그 아주머니와 친한

동네 아주머니의 비밀스런 목소리는 날 참 많이 놀라게 했다.

"그래...애린네와 애린이 아빠는 만나선 안됄 인연 이였는디.....

그렇게 곱고 예쁘던 애린이 엄마가 어떻게 저렇게 되었을까.....

사람 팔자라는건 모를 일이야..."

"그 해수욕장에서 그 아빠가 애린네를 보고 완전히 빠졌데지?"

"그랬다나봐. 애린이 아빠 친구들이 다 돌아갔는데 애린이 아빠만

남아가지고 애린네를 기다렸데...그때 한동안 해수욕장 쪽에서

물질을 하지 않았겠어? 애린네를 매일 기다리다가 애린네가 돌아

갈려고 뭍에 나오면 자꾸 말을 걸었데..이름도 물어보고...

그래서 몇달동안 편지가 날마다 오다싶이 했다지?"

"그래...인물은 지금도 어디 내놔도 처녀같이 예쁘잖아"

"그 애린이 아빠집은 서울에서 아주 대대로 내려온 교육자 집안이라며?"

"그렇다나봐. 그러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왜 처다보누?...쯔쯔쯔.."

"그게 인력으로 되는건가? 정분이 나면 어쩔수 없다고...."

"애린네가 여수에 나가면 살다 싶이 했나 보드라고.그래서 애린이가 생겼잖아"

"그러게 안됐어....그 애린이 할머니가 나중에 알고는 그아이 지우라고

그러지 않은면 죽겠다고 그래서 애린네가 한참 안보였 잖아...

목포인가 거기가서 몰래 혼자 낳았데?"

"어`휴...처녀가 혼자 얘 낳는다는게 보통 일인가..."

"우리는 다들 다시 제주도로 간줄 알았잖아...어느날 뱃머리에 핏덩이

애린이를 안고오는걸 보고 얼마나 놀랬어! 나중에 안 얘기지만 애린이

아빠는 그런 사실도 몰랐나봐?

몇달 없어진 애린네만 원망하다 부모가 억지로 결혼을 시켜 지금 처하고 하는수 없이 산다는 말도 있고...."

"인연이란건 참 묘해. 그러고 끝나는줄 알았는데 어떻게 또 만날수 있었을까?"

"애린네가 애린이 아빠를 정말 좋아 했나봐.이동네오면 좁은 동네에서

소문이 좋게 날리 있겠어? 그것도 다 감수하고 이곳에 온건 애린 아빠를

이동네에서 만났잖아...그리고 둘이 살려면 해먹을 게 뭐 있었겠어?

여기오면 그래도 해녀질도 하고...둘이 살면서 부족하지 않게 살잖아?

그런데 애린 아빠도 마찬가지였데...여름에 우연히 뒷마을 해수욕장에

들러 거기서 장사하는 민수 아버질 만났나 보드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이렇게 된거야.그때 애린 아빠도 많이 울었다 그래..."

"그렇지...사람 마음이라는게..."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는데...."

"에구! 방정맞은 소리하고있어 이 여편네가 어린애를 두고!"

난 사실 그 얘길 들으면서 좀 아찔했다.이해하기도 어려웠고...

"그런데 지금 애린이 아빠 처가 애린네를 만나는걸 알고는 이혼하겠다고

하면서 친정으로 가버렸데나봐. 어제 애린이 할머니가 이혼하면 나 목메 죽을거라며

지금 당장 애린이를 주던가 아니면 아들 못찾는대로 가서 숨어서 살든다.

둘중 하나 택하라고 그런 생때가 없었어.."

"애린네만 불쌍하지...애린이는 그집 핏줄 아닌가? 그런 억지가 어디있어"

"그래도 아들 가진 부모라 아들이 그렇게 사는걸 누가 바라겠어?

꼭 할머니만 나쁘다고 볼 수 없지..."

"일찍도 내려오셨데?...그집 물건이 하나라도 남아 있을찌 몰라.

그런 난리가 아니였는데..우리집 양반이 가서 겨우 말렸잖아..."

난 빨래터 옆에 쪼그려 앉아 안들은척 하며 나무가지 하나를 꺾어들고

개미집을 건드리고 있었지만 얼마전 애린이가 한 얘기를 생각하며...

마음이 착 가라앉고 말았다.

애린이[5]

난 국화향 가득한 그집 주변을 힐끔 쳐다보고는 우리집으로 바로 가고 말았다.

애린이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도 궁금하고 애린이방 책들도 걱정이

되었지만 애린이 집에 들러선 안됀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알 수 있었다.

빨래터 아주머니들의 말들은 그날 나를 참 많이 우울하게 했다.

정말 애린이를 데려가면 어떻하지?.......

하늘가엔 벌써 노을이 주황색 빛을 만들며 지고 있었다.

하늘의 노을도 그렇게 예뻐 보이질 않았다.

난 돌담 앞에 앉아 거무스름한 밤이 될때에도 일어나질 않았다.

잔잔한 바다위로 방파제의 등대빛이 내 마음만큼 바다에 우울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애린이가 이곳을 뜬다면 난 어떻게 살지?..다락방은..책들은...'

그때 우리집 형편은 나에게 그 많은 책들을 사 줄 형편이 안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인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많이 절망했다.

애린이의 빈 자리를 채울만한 그때의 친구는 내게 없었기에 더 슬펏는지 모른다.

간밤도 내 걱정은 끝이 없어 잠을 설치고 말았다.

새벽에 빗소리가 들리고 이른 아침이였지만 난 등교준비를 서두르며

대문밖 돌담에 서서 오지않는 애린이를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렸다.

혼자 우산을 쓰며 산길을 올라 학교 가는내내 자꾸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애린이의 노랑색 우산은 보이지 않았다.

수업시간이 되고 선생님은 애린이가 전학을 갑자기 가게 되었다는

말만 하고는 더이상 애린이의 말은 하지 않았다....애린이의 빈 자리를

보면서 눈물이 금방 쏟아 질것 같아 이를 악물며 얼마나 참았는지 모른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놓고 난 한걸음에 애린이 집에 가 보았다.

여전히 국화 울타리는 너무 예쁜 모습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창문이 닫혀진 다락방을 올려보다가 애린이를 불렀지만 그집은아무 기척이

없고 문은 모두 잠겨져 내 절망은 그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는지

모른다. 한참 멍 하게 서있는데 뒷집 민수 엄마가 오시더니

애린이가 내게 주라고 맡긴게 있다며 민수집에 나를 데려 갔다.

애린이가 나에게 맡긴 편지 한 장과 어디서 많이 본듯한 책들이

민수네집 한쪽 마루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물로 범벅이된 내 눈과달리 애린이가 남긴 편지는 예쁜 백설 공주와

일곱난장이 그림이 깨끗하게 그려져 있었다.

.......................................................

영희야!

너한테 이렇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나게 되어

나도 많이 울었단다.

지금은 아주 깊은 밤이지만 난 잠이 오질 않아 다락방에 혼자 올라와

너에게 편지를 쓰는거야.

어제 우리 할머니를 처음 뵙게 되었단다.

내가 상상한것 보다 얼마나 무서운 분인지...난 지금도 가슴이 떨려..

엄마랑 같이 이곳을 뜨지 않으면 안되는가 봐

할머니 돌아 가시고 엄마랑 많은 얘길 했어.

우리 제주도로 이사가.

엄마가 그렇게 하제.

제주도에는우리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사시고 계신데.

엄마는 그동안 아무 연락을 하지 않아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곳에 가면 여기보다 마음편히 살 수 있다고.

아침에 여수에 나가서 모래면 난 제주도에 가 있을거야.

너와 헤어지기가 누구보다 싫지만, 나 혼자 여기에서 살 순 없고

그렇다고 서울 아빠집에 들어가기는 죽기보다 싫단다.

제주도에 가면 너같은 친구를 다시 만날수는 없겠지?

너한테 꼭 편지 할께 .너도 답장 해 줘야해?

그리고 난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그래서 엄마한테 졸라

겨우 허락 받았다.너한테 주기로...아빠가 사주신 거라 엄마는

처음엔 반대 했지만 그동안 네가 나한테 잘해준 것도 있고 단짝 친구라는 점에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단다.

나도 가끔 너처럼 책을 좋아해보고 싶은데 난 책만 읽으면 왜 이렇게 졸리는지...

영희야! 너도 나 잊지 않을거지?

우리 크면 꼭 다시 만날수 있을거야.

커서 꼭 만나자...알겠지?

안녕

...................................................애린이가...............

애린이[6]

어느덧 국민학교 졸업 사진을찍고 중학교를 진학 하면서 많은 친구들은

도시로 떠나고 얼마남지 않은 친구들은 국민학교 옆 작은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애린이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 편지를 보내주고 나도 애린이에게 답장을

꼬박꼬박 보내 줬다.

제주도 겨울은 여기보다 더 따뜻하지만 날씨 변덕은 정말 심하다고 했다.

외할머니는 몇해전 돌아가시고 결혼한 외삼촌이 감귤 농장을 하시는데

귤은 지겨울 정도로 많이 먹는다며 하도 먹어서 어떨때는 피부가 노랗게

보이기도 한다 했다.

애린이는 삼촌네에서 같이 살면서 제주 시내에 있는 중학교에

버스를 타고 통학 한다고 했다.

여전히 엄마는 학교와 집에만 있기를 바란다고...너무 답답 해서

바람이라도 쐬려 나서면 같이 가야 한다며 따라 나선다고 했다.

처음엔 제주 사투리 때문에 삼촌이 무슨 말을 해도 잘 알아 들을수

없었다고......꼭 외국에 사는 기분이라 했다.

난 애린이가 남긴 책들을 몇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책의대한 내 갈증은 점점 더해 갔다.

새학년 새학기 때마다 국어책에 나온 시와 짧은 소설을 얼마나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국어를 좋아한건 아니다.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난 수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빠지는걸

훨씬 좋아했다.책을 읽으면 난 가만히 있어도 세계 일주를 할수 있었다.

하루는 담임 선생님 께서 너무 높게 나온 내 아이큐 검사 결과를 얘기하며

내 성적은 노력 안한 내탓이라 했다....그리고는 참 많이 꾸짖으셨다.

애린네 집을 지날 때마다 난 애린이 다락방이 궁금하고 보고 싶었지만

난 그 다락방 유리문 마저 볼 수가 없었다...다락방 안에 살고 있는 애린이와의

추억을 마음속에 그냥 간직해 두고 싶었다.

그집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 높은 담이 쌓여지고 빨간색 지붕칠을 다시해

예전 애린이집을 생각하기엔 참 서운함이 있었다.

내 마음에 너무도 예쁘게 피어있던 국화 울타리도 먼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애린이[7]

세월은 우리 나이와 정신과 키를 키워 놓고 강물되어 흘러버렸다.

차곡차곡 쌓인 우리의 편지는 많은사연이 아름답게 담겨져 있었다.

가보지 못한 제주도를 그에게 느끼고 성장에서 멈춰버린 우리동네

애린이의 삶은 내가 대신해 줬다.

많은 변화와 환경속에 어린 나는 먼 인천 하늘은 보며 벌써 3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무렵 애린이는 편지를 반갑게 보내주었다.

한동안 입시 준비에 바쁘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기에

우린 3학년이 되서 안부 정도 묻는 짧은 편지를 아주 가끔 보낼 수 밖에

없었다.

........................................

간밤에 이곳에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단다.

한라산엔 하얀 눈 지붕이 만들어져 네가 어렸을 때 들려준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생각 했단다. 알프스 산은 아직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파란 하늘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테지?

영희야!

참 많이 보고 싶다.

그동안 난 입시와 면접을 번갈아 보느라고 많이 지쳤다.

난 교육대학에 간신히 합격해 곧 서울로 올라가게 되어있단다.

면접시험에서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을 간추려 애기해 보라는

물음이 있었는데 너도 알다 싶이 난 읽은게 별로 없잖아.

처음 당황하다 니가 들려준 책 내용을 생각해 간신히 말할수 있었단다.

내가 합격한건 정말 네 덕분이야.

영희야 너도 진학 하겠지?

꼭 진학해서 우리 대학생이 되어 예쁜 모습으로 만나자.

너와 헤어지고 지금껏 우린 한번도 보질 못해서 서로가 변한 모습에

참 많이 놀라겠지?

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학교를 다니는 네가 얼마나 대견해 보이는지

모른단다.난 너만 생각 하면 기가 죽어....너의 활기찬 생활을 보며..,

여전히 너는 책속에 빠져 있니?

네가 읽은 책들을 반만 내가 읽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어렸을때 억지로라도 책읽는 습관을 한번 길들어 볼걸

하는 후회가 얼마나 남는지 모른단다.

네가 있는 인천과 가까운 곳에 갈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리고 우리엄마 곧 결혼을 하시게 되었어.

우리엄만 아직도 미혼모 잖아.

결혼식때 꼭 면사포를 써야 한다고 내가 우겨서 그렇게 하기로 했단다.

새아버지는 아주 오래전에 사별하셔서 지금 우리 삼촌처럼 귤 농장을 하시고

세살위인 언니와 다섯살 위인 오빠가 세삼스럽게 생겨 갑자기

복잡하지만 지금껏 나만보고 살아온 엄마의 행복을 빌고 싶어.

너도 축복해줘.우리엄마 꼭 행복하게 살 수 있게.....알았지?

영희야!

너무너무 보고싶다.

서울가서 연락할께....

안녕

애린이가..............

................................................................................................

편지를 읽고 정말 잘 되었다는 생각과

내 현실을 비교하며 괜히 마음이 울적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난 애린이의 환경에 시샘을 낸건 아니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다만 내 힘으로 될 수 없다는 절망과

꿈에 대한 소망이 혼동을 줄 뿐이다.

인천에서 난 내가 할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짧은 시간에

야간 고등학교를 다닐 뿐이였다....여전히 난 헌 책방을 전전하며 내가 찾는

책을 발견 하곤 설레는 마음으로 늦은 밤까지 읽는 유일한 내 취미 때문에

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날도 헌책방에서 읽고 싶던 책을 구입해 돌아 올려고 책방 앞에 있는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자판기 커피를 불쑥 내밀며 마시라고 했다.

난 깜짝 놀라 동그랗게 눈을 떴는데 그 사람은 책 방에서 가끔 마주치는

얼굴 이 였다.

그의 미소는 커피만큼이나 따뜻했다.

그날 구입한 책은 몇일동안 낮은 책상에 가만히 있을수 밖에 없었다.

주인의 넋이 제자리를 찾길 바라면서.......

난 대학을 포기하고 작은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봄날 갑작스런 애린이 방문이 있고 난 눈부신 애린이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애린이는 내 생활을 못 마땅하다는 듯 자꾸 내 생각을 바꾸려고 많이 설득했다.

인천 자유공원, 서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계단에 앉아 우린 손을 꼭 잡고

지난 이야기를 하며 애린이의 소박한 꿈도 들을수 있었다.

"난 꼭 선생님이 될거야. 그래서 우리가 다니던 작은 학교에 가서 내가

그리워 하던 그 바닷가와 산길을 찾을거야.

그리고 시간만 나면 난 도시락을 맛있게 만들어서 우리걷던 산길을

다녀 볼거야. 그때는 꼭 너도 있어야 돼?

"....그래 꼭 같이 있어 줄께...꼭!"

난 약속을 지킬수 있을지...마음속으론 다짐 하진 못해도 애린이와 약속은

하고 싶었다.사실 나도 그런 소망이 있었기에....

애린이는 그후로도 몇번 더 만날수 있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되고 애린이는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걸 아주

힘들어 했다. 편지도 마찬 가지였다......

애린이[8]

가을날 애린이는 정말 오랜만의 답장이 왔다.

..................................................................

캠퍼스에 노란 은행잎이 너무 아름답게 물들었단다.

이 모습을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난 요즘 참 많이 우울하다.

내가 알던 선배가 군대를 가게 되었단다.

몇번 미루다가 뒤늦게...

그 사람은 사랑은 이런거라며 내게 일깨워준 사람이야.

난 요즘 절망이...자꾸 절망이 느껴져...

가을은 너무도 시리게 내게 찾아왔어.

난 요즘 자꾸만 내 꿈이 은행잎처럼

캠퍼스에 내려와 앉은 느낌이 든다.

널 다시 볼수 있을까?...

우리 놀던 그 넓은 들이 너무도 보고 싶어.

영희야!

다음에 다시 편지 할께.

안녕.

애린이가.............

난 너무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내용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군대를 가게 되어 한동안 떨어질 생각에

좀 우울하겠구나...하고 가벼운 생각과 언제 만나면 위로 해야지...

하는 마음이였다.

몇일후 난 이상한 꿈을 꾸었다.

애린이가 시골 산길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노란 들국화 화관을 쓰고

내게 손을 흔들며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다.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난 그 아름다운 모습에 애린이의 손을잡으려 애린이 이름을 불렀지만

내 목소리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애린이는 멀리에서 한번 손을 흔들어 주곤 안개속 처럼 희미한 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몇일이 지났을까...재주도에서 편지가 왔다.

애린이 엄마였다.

꼭 한번 내려와 달라고....

애린이[9]

난 간신히 휴가를 내서 제주도를 향하는 아침 첫 비행기를 탔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보았다.

솜 구름위를 두둥실 날으면서 빨간 아침 해를 보았다.

너무도 환상 적이였고 끝없이 펼쳐진 흰구름은 온 하늘에

목화 솜이 구름되어 푹신하게 깔려 있는것 같았다.

제주 공항에는 애린이 엄마가 마중나와 계셨다.

나이는 조금 들어 보였지만 여전히 아름다와 보였다.

어딘가 모를 수심에찬 얼굴은 내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택시를 타고 얼마나 지났을까...애린이 삼촌내라면서 여기 애린이 방이 있다고 했다.

난 애린이가 여기에 내려 왔구나...하고 반가운 마음에 차에서 얼른 내려

귤나무가 빼곡히 심어진 좁은 길을 지나 초록색 대문에 들어섰다.

마당엔 애린이 삼촌인 듯 한 분이 마당을 쓸다가 우릴 보시더니

눈인사를 하고 하던일을 멈추고 현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애린이 엄마는 급방이라도 울 듯한 자세다.

그러면서 나직하게

"영희야....

먼 곳 까지 와줘서 고맙구나.

힘들었지?...

애린이가 너한테 남긴 것도 있고...흑 흑...

애린이 엄마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난 순간 애린이 삼촌의 침통한 얼굴을 보고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애린이에게 도데체 무슨일이 일어 났길래 이러는 것일까....'

내 마음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영희야.애린이는 갔어...아주 멀리...

"무슨 말이세요? 아니 그새 유학이라도 떠났나요?"

"그랬다면...그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삼촌 어떻게 된 일이죠? 네? 삼촌....."

"애린이 어멈이 말한데로 갔어...그놈의 자식이...무정하게...한 마디 말도 없이....

덜렁 편지만 남기고...."

"어디로 갔단 말이에요? 어디로...어디로..."

더 이상 나도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직감은 얼마전 애린이 편지가 생각나고...

갑자기 날 부른 애린이 엄마도...

애린이 방은 거실에서 나무계단을 올라 이층 에 마당이 보이는 쪽에 있었다.

방에는 오래전 나와 찍었던 흑백 사진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 옆엔 어디선가 봄 직한 빛 바랜 마른 들꽃이 거꾸로 메달려 있고

책 꽃이엔 전문 서적이 듬성 듬성 꽂혀 있었다.

애린이 엄마는 노란색 상자를 하나 꺼내 뚜껑을 여신다.

"애린이가 너한테 남긴거야"

그 안에는 내가 보낸 편지와 일기장 그리고 애린이가

내게 남긴 마지막 편지가 쓸쓸하게 누워 있었다.

애린이[10]

영희야!

왜이렇게 눈물이 나지?

이세상을 뜬다고 해서 아무런 후회가 남지 않는데

널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참 서러워 진다.

우리 엄마가 왜 그토록 날 가둘려 했는지...

이제서야 엄마를 이해할수 있으니...난 참 바보야...

세상에 태어나 너와의 인연은 정말 행복했어.

너만큼 날 이해하고 아껴온 친구는 아무도 없었어.

그동안 난 태어나 처음으로 이성의 사랑을 했단다.

그 사람과의 추억은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였어.

다만 나와 그 사람은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 사람 집안 어른들이 이미 정한 그 사람 약혼녀가 버티고 있고...

그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을 뺏긴 나는 그사람의 정지선을 침범하고 말았단다.

그사람도 마찬 가지였고...

우린 주말이면 참 많은 곳을 행복하게 다녔지...

그동안 갇힌 나의 세월을 보답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아이가 생겼어.

내 절망이 커 갈수록 뱃속의 아이도 커가고 어느날 부턴가 태동이 느껴지고.....

난 엄마처럼 사는게 싫었어.

그렇다고 아이를 포기하긴 더더욱 싫었고...

그래서 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야...이렇게 마음먹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구나...

그사람은 이런 나에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군대 갔어.

얘기 하고 싶지 않았고...

내 일기장은 네가 알아서 해

그속엔 예전에 네가 내머리에 꽂아준 들국화가 이제는 다 뭉글어져

말라 있지만 난 그걸 보면서 너를 많이 생각 했단다.

영희야, 나 가더래도 너무 슬퍼마..

난 지금 너도 알다 싶이 혼자 가는건 아니라서 그렇게 외롭진 않을 거야.

내 바램이 있다면 내가 못 이룬 꿈...

너만이라도 꼭 이룰수 있다면, 그래서 내 영혼이라도

네가 이룬 그 꿈위를 날 수 있다면......

영희야....행복하게 살아.................

애린이

애린이[11] ...마지막 회

애린이는 제주 한쪽 우도에서 찾았다 했다.

아무말도 없이 사라진 애린이를 찾아나선 사흘 만에....

난 고향에 내려와 많이 앓았다.

매일같이 악몽을 꾸며......

내 지친 몸과 마음만큼 서러움은 더해갔다.

애린이를 그렇게 잃어야 했던 서러움....

한달쯤 지나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애린이와 놀던 들길을 걸었다.

다 시들고 말라버린 들꽃과

이미 새로운 계절에 익숙해진 날씨는

내 마음마저 얼게 했다.

작은 돌무덤도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우리의 추억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였다.

내 숨결로 남아있는 애린이를 생각하며

작은 솔가지 사이 먼 바다를 시리게 보며...

애린이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꼭....이룰께.......네가 못다 한 꿈......꼭 .......이뤄서.......

너의 영혼에....................날개를 .....달아줄께..........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끝

소녀의 꿈

바다를 보면

먼 수평선 위로

낯 익은 얼굴이,

그 얼굴이 보일것 같다.

솔밭길을 걸으면

익숙해진 향이

그 향이

내몸에 스며든다.

소녀의 자유는

바다를 동경하다

들길에 앉는다.

들길에는

소녀의 꿈이

이슬되어

풀잎에 맺혀있다.

풀잎은 매일같이 꿈을꾼다.

은빛날개 달려있는

소녀의 꿈을.........

서투른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정말 고맙 습니다..........이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