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녘 하늘은 불이 나고...

2004.8.6 베트남 호치민시 저녁노을
서녘하늘은 불이나고...
아들의 팔에 이상한 게 돋아 났다.
그래서 어제 가까운 약국엘 갔더니 하필 점심때라 가게 문이 모두 닫혀있었다.
여기는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점심시간에 한 두시간 가게 문을 닫고 낮잠을 잔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저물무렵 다시 가게 되었다.
어제처럼 성을 내던 태양이 사라져서 그랬는지 그 복잡한 거리도 별로 불편하지가 않았다.
내 허리만큼 커진 들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았고, 동네 공터에서 구슬치기를 하는 베트남 아이들을 스치면서 어린시절 우리동네 사내아이들을 다시 만난 것 같은 오랜만의 동심이 좋았다.
이윽고,왼손엔 아들의 손을, 오른 손엔 딸애의 손을 잡고 거의 흑색에 가까운 하천을 지나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 볼 때는 시커먼 하천을 따라 헝클어진 저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사는지 신기하기만 하더니 가까이 본 그들의 삶터는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기설기 철사 줄로 담을 만들고 잘게 부셔 쌓은 연탄재로 훌륭한 화단을 만들어 맨드라미,기린 초, 행운목등 여러 화초가 조화롭게 심어진 하천 위 집을 보게되었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에게 다시 그곳을 보게 했다.그리고 '저런 환경 속에 살아갈지 모르는 위험 부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기 마련이지만,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 살든 저 사람들처럼 주위를 가꿔 많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 줄 알아야 한다고…'그런말을 아이들에게 해 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코를 막고 빨리 가자고 보채었고, 딸은 그곳에 한참동안 자신의 시선을 머물게 해 주었다.
그때 서녘 하늘은 불이 난 것 같이 황홀했다.
2004.8.6
*우리나라 시골 사람들 여름에 밖에서 화덕에다 음식을 만들듯 베트남에서도 연탄을 사용해서 밖에서 음식을 만듬

연주곡/can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