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목에서...

베트남의 넝마주이 입니다.
허름한 옷을 입고
땡볕을 이고 지나가는 저 사람은
곱디고운 여인이었습니다.

작은 다리를 건널 때면 언제나 저 솥을 만지고 지났습니다.
항상 식지 않은 저 솥 속의 내용물이 궁금했지만
막상 주인이 뚜껑을 열어 두자 나는 그냥 지나치고 말았지요.
내 관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속은 내 판도라 상자처럼 무수한 것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믿고싶은 게지요.

손톱에 연두색 매니큐어를 바르는
저 늙은 할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소녀겠지요?
수줍어 고개를 돌리고 마셨군요.
언제나 저 자리에서 복권을 팔고 계십니다.

바나나 일 킬로그램에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
바나나를 몇 송이쯤 팔아야 저 아낙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항상 저렇게 서 있어도 항상 여유로워 보입니다.

이곳은 유난히 장애인이 많습니다.
오랜 전쟁 때 입은 부상과
그때 뿌려진 고엽제의 후유증 때문이래요.
곳곳에 아직도 아물지 않는 전쟁의 상처가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 아닐까 싶었지요.
모퉁이를 돌아서서
마당 가득 피어난 난 꽃에 반해 그 집앞을 서성이자
주인 할머니께서 잠시 들어와 놀다가라고 하시네요.
슬프고 가난한 뒤안길…
그 길에는 저렇듯 따뜻한 얼굴이 많습니다.
그 길을 지날 때
잠시라도 행복해 준다면
그곳의 행복도 오래오래 행복할 것 같습니다.
손현희-돌아오는 길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