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운명은...

첫아이의 돌잔치를 한달 전에 치룬 이웃아낙이 계약기한이 몇 달 더 남은 집이 빠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뒤늦게 결혼해서 이곳에다가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 얼마되지 않아 남편이 예전의 일터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다는 것이다.

다니던 회사에 사표가 처리되자마자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지난 주에 들었던 것 같은데 세상의 긴박한 흐름이 이들 부부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오랜 해외 근무를 마치고 이제는 고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귀국하는 많은 이들이 얼마안가 또다시 떠남을 반복한다고 한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내 나라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중동의 모래바람보다, 오랜 이국생활의 외로움보다 이들을 힘들 게 했던 건 오래 전 기억에 대한 기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내 기억 속 그곳은 힘들긴 했으나 적어도 이웃과 가족과 친구가 있었지. 그리고 계절마다 이들과 함께 했던 향기로운 추억이 있었고...

급물 살을 타는 요즘 세상에 예전 것은 그대로 남아줄까?’...

이런 막연함 속에서도 다시 떠난 다는 것이 두렵다는 이 아낙이 외려 부러운 건 먼 곳에 대한 나의 환상일 것이다.

자꾸만 그 너머의 세상이 궁금하고 보고싶어 진다. 어쩌면 이런 내 바람때문에 이리저리 떠도는 역마살 운명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내 감각 기관에 매일 간지럼을 태워야지..

2004.9.15

♪ ro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