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따라..

컴퓨터를 켜자마자 놀란 두 마리의 도룡뇽이
순식간에 벽을 타고 올라갑니다.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여전히 이 녀석들은
가만있는 저까지 놀라게 하는군요.
하늘이 아무리 낮게 내려와 앉아도
이제는 속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제 굳은 마음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간밤에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내리니 그동안 말라가나 싶던
우리동네 풀밭이 모처럼 활기가 넘치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뭐든 담아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향긋한 풀 내 가득한 오솔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찌는 듯한 열기가 피부에 와 닿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걸었나 봅니다. 갑자기 제 등줄기에서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문득, 이 길 끄트머리에
바다가 나왔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 버리고 떠난 자리에
어느새 바다가 보이고
가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보아야 겠다는 들풀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퍼져있었지요.
채워지면 버려지고,
버리고 나면 다시 채워지는 욕심을 안고
그렇게 살아가는 건가 봅니다.
그렇게 인정하다 보니
저만치 밀려간 그늘 뒤로
투명한 하늘빛이 쏟아집니다.
어느덧 11월이 되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 생의 마지막 밤인 듯
아프게 다가오던 시절마저 그리운 시간이군요.
11월에도 우리모두 햇볕 조각들을 가슴에 모으며
따뜻한 시간들을 보내기로 해요.
건강하세요.
11.....애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