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여행기

넓고 넓은 바닷가에/까나

사이공 연합교회 중등부 수련회에 동행해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번에도 같이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아낙이 나에 대해 대단한 과장을 했던 것이다.

베트남의 고속도로

목적지인 그곳은 무이네와 나쨩사이에 있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휴양지이나 아름다운 해변과 나무 선착장, 그리고 그 앞바다에 떠 있다는 조그마한 무인도를 두루 구경할 수 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설레게 했던 것은 밤이면 세속의 빛이 아직 거기까지 닿지 못해 밤 별들이 은하수를 이루고, 낮이면 은하수가 떨어져 숲을 이룬 듯 에메랄드 물빛 속에 각양각색의 산호를 볼 수 있다는 거였다.

한국인 소유의  스쿠버리조트

우기 중이라서 그런지 질펀해진 초목들은 햇살과 더불어 더욱 눈이 부셨다. 집 떠난 지 여섯 시간 만에 마침내 도착한 까나 해안은 그 동안 보았던 여느 휴양지와 별 차이는 없어 보였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과 다음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새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느라 분주했다.

수평선을 보노라면…

정원곳곳에는 고추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색색의 일일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우리나라 시골 집 텃밭 같다고 생각 했더니 그곳의 주인이 바로 한국인이란다.

교회 수련회답게 틈틈이 들을 수 있는 설교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고, 무엇보다 저마다 직업이 있는 인솔교사들의 봉사정신에 놀랐다. 대부분 그분들은 이 수련회를 위해 어렵게 휴가를 얻었다고 했다.

사이공 한인교회 중등부 수련회

어느덧 깊어가는 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방을 지나다가 할머니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할머니는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남겨진 조가비처럼 넓은 주방 바닥에 쭈그려 앉아 덜 닦인 냄비를 닦고 계셨다.“할머니, 이런 일은 직원들 시키시지...힘드시겠어요.?”라고 말 했더니 할머니는 소리 없이 웃으시며 “시켜도 내 맘 같지 않아 그냥 내가 해요.”라고 대답을 하셨다.

썰물 때 들어난 산호

이렇게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밤이 늦도록 이어졌다. 그곳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는데, 5년 전 세 아들들이 전 제산을 투자해 지은 거라며, 두 아들은 생활이 어려워 2년 전에 다시 한국으로 떠나고 이곳에서 건설회사에 다니는 큰아들과 3년 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 곳을 꾸려 가신단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노래가 생각 나요.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할머니는 노래도 잘 부르셨다. 그 노래를 끝까지 따라 부르고 나서 하신 말씀이 외로울 때면 이 노래를 불렀노라고, 아직도 마음은 어린아이 같다고 하셨다. 그래도 자식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고 좋다 시며 한국에 있는 자식들이 여러 번 모시고 가겠다고 했지만, 힘든 자식을 남겨두고 떠날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렇게 된다면 외려 자신의 마음은 불행할 거라며…

밤배와 달무리

그 날밤 할머니와 이야기하느라 밤 바닷가의 촛불 행사를 찍지 못했다.

사이공 한인교회 중등부 수련회

그리고 이튿날 행사 중에 무인도 탐사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높아가는 파도 밭을 선발대는 이미 떠났고 남겨진 사람들도 그 섬으로 떠날 준비에 부산했다. 나중에야 그 섬으로 선발대가 떠난 사실을 안 나는 두 종류의 사람만이 그 배를 탓을 거라고 짐작했다. 저 파도 결을 너무 잘 알던가 아니면 바다에 대해 무지인 사람일 거라고..

두 시간 만에 돌아 온다던 선발대가 갖은 추측을 불러일으키며 네 시간 만에 무사귀환 했다. 결론은 중단이었고, 준비된 다른 행사로 재빠르게 대체 되었다.

사이공 한인교회 중등 수련회

마지막 날 새벽, 나는 그 동안 가보지 않았던 남쪽 해변을 따라 걸었다. 이윽고 나무 선착장을 지나자 꼬마 아이들이 경사진 모래언덕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자 아이들은 재빠르게 카메라 앞에 다가와 주었다. 그러는 사이 조금 커 보이는 아이들과 아주머니 한 분이 나타났다.

까나 해변

아이들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꼭 티브이 속의 자신을 보고 있는 듯 너무 신기해 했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뜬 여자 아이가 하얗게 탈색된 산호를 가지고 돌아와 내게 내밀었다. 돈이 없다고 하자 아이들도 아쉬웠는지 내 곁을 맴 돌며 계속 따라 오고 있었다.

‘그래, 바다만 보고 살기도 참 심심하지? 내가 외계인처럼 보여도 좋다면 따라오너라.’ 속으론 이렇게 말하곤 따라온 사내아이에게 나이를 물었더니 두 살인 동생부터 시작해 열 다섯 살인 누나까지 있었다. 그리곤 한참 만에 가지고 있던 산호를 내밀며 한사코 가져가란다.

산책길에 만난 바닷가 아이들

그래도 산호 값을 지불해야겠다 싶어 다시 그 자리를 찾았지만, 아이들이 머물던 모래 언덕길은 텅 비어 있었다. 모래 산을 넘으면 어쩌면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길을 따라 동산에 오르자 정말 동화 같은 오막살이 작은 집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유난히 많은 가족이 모여있는 그 집을 향해 손 흔드는 나를 발견하곤 아이들은 어느새 도로를 건너 뛰어오고 있었다.

바닷가에 작은 집

아직도 내 귓전에 파도소리가 들린다.

밤바다의 작은 불빛과 그 바다가 멀어 질쯤 까맣게 드러나던 산호들과 새벽 바다 위에 넘실거리며 다가오던 통발 배. 그리고 조가비를 주워 내 손바닥위에 올려놓던 까만 피부 아이들…파도소리가 멀어지기 전에 그들과 작별 하기 위해 사진을 정리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은 파도를 탄다. 또 다시 푸른 돛을 달고서...

나무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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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nsas — Dust in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