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꾸리며...
다시 떠나기로 정하고 보니 까마득한 집 기한일과 오래 살 목적으로 구입했던 가재도구가 짐이 되었다. 그런데 다행이 주인이 계약과 상관없이 보증금을 내주고 가재도구를 인수하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다고 하더니 해를 거듭하며 살아갈 앞날에 대해 얼마나 많은 걱정을 했던가. 돌아가서 다시 여기로 와야 한다면 한국에 남겠다는 딸애는 그러나 여기가 많이 생각날 것 같다고 했다.
틈만 나면 내 마당인 냥 온 시내를 활보하다가도 문득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허전함에 하늘을 보곤 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며 더 늦기 전에 돌아가자고 불현듯 정하곤 지난 시간을 정리하느라 요즘 많이 바쁘다.
언제나 떠날 땐 지금 보다는 다음이 기대 되고 설레었다. 그래서일까. 요즘 나는 자주 밤잠을 설친다.
자주 산에도 가보고, 자주 자연을 만나리라. 그렇지만 떠나서는 또 다시 눈물이 날 것 같다.
자다가도 눈을 뜨면 까만 창문에 너울대던 야경과 무심히 바라보던 지평선과 하늘....
그리고 내 좋은 이웃들…
이별 없이 어찌 만남이 귀하랴. 그래도 이별은 언제나 아팠다.
그래….
친구야,
나 이제 돌아간다.
또 다시
이별은 찾아오고
그것은
다시 드러날
그리움의 대상인 걸
진즉 알았으면서
정 부치고
눈길 주며 살았지.
그러나…
그렇게 사는 것이
내 분수이고
내가 감당할 그리움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인 줄 알았지.
많이 기다렸지…
많이 설레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가을은 내게
이렇게 다가오는구나…
친구야
많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