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섬

사진/명경지수

글/애린

유년의 나는

자주 그림을 그렸습니다.

억새꽃 피는 낭떠러지에서도

마른 숲길에서도 ...

바다와 하늘 속에

한 점 구름으로 떠있는 섬,

그 섬에서

내가 보았던 것은

스치듯 사라지던 비바람과

그 섬을 감싸 안은 담쟁이,

그리고 그 밤바다를 밝히던

외로운 등대였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할아버지를 따라

바다가 보이는

뒷동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아아-그때 나는

더 이상 볼 것도 꿈 꿀 것도 없는

찬란한 세상에서

전부가 그려지는 황홀한 예감에

춤추는 내 날개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담쟁이에 가리고

등대 불에 현혹된

지난날 나의 허상을...

섬의 형상은

섬을 떠나지 않고는

그릴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다 그려도 섬은

바다와 하늘 속에

한 점 구름인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500mile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