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포토에세이

미열

보름 전 퇴근길에 남편은 벚꽃을 보여주겠다며 평소와 다른 도로를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터져가는 봄꽃을 보며 아깝다며 그날 아침 출근길에 한숨짓던 내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이윽고 도착한 공원엔 그날따라 구름 낀 날씨 때문인지 벚꽃만이 더욱 화사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이들을 만나면 늘 그랬듯 딴 세상 속으로 달려가고 싶다. 그런 내 마음도 무색하게 시간은 자꾸 지쳐가고, 하는 수 없이 어둑해진 길을 따라 발길을 돌려야했다. 그 미련에 뒤척이다 지난 주말에는 가까운 행주산성엘 올랐다.

봄이 완연한 산 중턱엔 콩닥거리는 내 마음같이 보드라운 싹들이 한참 움터나고 있었다.

좋은 인연을 만나면 이럴까. 만나면 오래 같이하고 싶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고픈, 시도 때도 없이 보고 싶은...

오랜 기다림만큼 그를 만나면 한나절만이라도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 얼마나 애태우며 기다리던 순간인가. 그런데 바람은 그런 우리사이를 시샘하듯 몹시 험상궂은 표정으로 달려왔다.

그런들 어떠랴 ...나는 이미 그의 팔에 누워 단꿈에 젖어있는데...

가끔은 이런 평안을 주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 나의 허물조차 불쌍히 여겨주고 아파하는 친구, 내가 허탈한 표정만 지어도 무엇 때문인지 금방 알아차릴 만큼 나를 잘 아는...

꿈이든 허상이든 나 같은 사람들이 모인 세상에서 서로가 외떨어져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이제는 마음의 창을 봄날 햇살만큼 닦아내고 싶다.

그러나 나와 똑 같은 길을 걸어보지 않고 어찌 나를 다 안다 할 것인가. 그 많은 갈림길의 숨은 사연을 알아 볼 것인가...

그런들 또 어떠랴 내안의 도원경은 바로 곁에 있는데... 그 길에서 함께 할 친구도 여기 있는데...

그를 만나면 그다지 외롭지 않고 아프지도 않다. 눈물도 나지 않는다.

다만 내 약한 심장에서 미열이 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