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봄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보이는 것은 잿빛 구름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숲이었다. 그러는 동안 나로 인해 생명줄을 이어가던 많은 것들이 맥을 놓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발견했을 때는 죽을힘을 다해 살아남은 앙상한 가지, 그러나 영락없는 죽음이었다. 금방이라도 바스락 거리며 부서질 것 같은 그런 모습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던 것이다.
'어쩌면'이라는 미약한 예감으로 물을 주었다. 그 후 매일 보아도 주었다.
그런데 내 무기력한 모습 때문에 조급했던 것일까. 이렇게 불현듯 연둣빛 봄이 도착했다.
가버린 생명을 다시 잇기 위해서는 그 모진 바람을 견뎌야 하는 것을, 어쩌면 저 나무는 성급함에 더 많은 시련을 견뎌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는 봄이 왔고, 연둣빛이 눈이 부시다. 이런 뜻밖의 기쁨이 있기에 살아있는 슬픈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글,사진/애린

손현희-돌아오는 길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