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오이팩이 헤어젤로 변신하면.......(유월은 웃고만 사세요)

항상 그랬듯 여름휴가는 지정된 좌석이였다.

사람들이 피서를 보내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며

골머리를 앓을때

난 여유 만만하게 지정된 좌석을 향해 여유있게 짐을 꾸리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했다.

내 여유를 앉힐 준비를 다 끝낸 내 좌석을 생각하며

내 짐 보따리에는 고운 얼굴 보존키 위한 팩도 있었고

머리칼을 고정키 위한 젤도 있었다.

밤 기차를 탈때마다 느끼는 건데

알 수 없는 설레임이 항상 따라다닌다는 거다.

차장밖으로 가끔 스치는 작은 마을 불빛과 맑은 날이 운좋게 선택될때는

넓직한 하늘의 별무리도 반짝이며 스쳐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울렁 거렸다.

한숨도 잘 수 없는 하얀 밤 내내 몽롱해진 내 정신에 아무 생각을

할 수없게 하는게 또 있었다.

마지막 종착역을 다 가지 못했을때 서서히 따라 내 얼굴에 부딪히는

아침해...

긴 밤차를 타 보고 그끝에 얼굴을 내밀던 아침 해를 보았던 사람들은

그때의 내 마음을 이해할까...동트는 새벽은 항상 그렇게 나를 귀찮게

쉼 호흡을 시킨다.....

내가 또 삼천포로 빠지네...

헤어젤로 둔갑한 오이팩 사연을 얘기 해야 하는데...

그때 그 오이팩을

그 당시 난 한번도 써 보질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울 엄마 딸을 위해 텃밭에 봄부터 오이를 주렁주렁 키우며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얼굴이 빨갛게 익었을때 이미 오이팩은 불 필요한 존재였고

텃 밭 담장가에 매달린 오이가 애타게 내 얼굴에 누워보고 싶어

안달이였다.

난 그런 소원쯤 다 들어줄 마음에 자세가 되어 있었고

휴가내내 원도 한도 없이 오이를 내 얼굴이 닳토록 부착해 주었다.

냉장고에 잠시 보관 되었던 오이의 시원한 감촉은 오이팩을

잊기위한 그 무엇도 아니였지만 오이의 매력은

내 마음을 뺏기기에 충분했다.

휴가는 그렇게 끝나고 오이에게 넋이나가 버렸던 난 오이팩 존재마저

잊여버리고 되돌아오고 말았다.

사건은 그 후 화가난 오이팩의 애꿎은 화풀이 상대...

그 상대는 울 엄마

여수에 볼일이 있던 멋쟁이 울 엄마...

집에 가만 있을땐 모르지만 외출시 울 엄마 모습은

귀부인이 따로 없다.

여수 시내를 활개치며 한바퀴 돌고 나니 볼 일도 어지간히 다 보고

이젠 다시 신양호를 타기위해 뱃머리에 나왔다가

동네 아줌마를 반갑게 만나고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근디, 성님 머리가 왜 근당가?

"왜 어쩐디?"

"머리가 허옇게 머가 일어나요"

"잉? 어떦디?"

"아이고,스프레이하고 머리 또 비섯구나.성님!"

"몰러 울 딸이 젤을 두고간 걸 나가 아침에 발랐구먼..."

"그것 바르고 말라 빗으면 또 이렇게 일어나는디 앞으론 빗지 말다"

"이상하네...안 빗었는디..."

집에 돌아온 울 엄마

멋쟁이 울 엄마 젤 껍질에 난 용도를 읽어보고

기절초풍....

"니는 그런 것도 놔두고 가서 날 망신 시키냐?

어이구 그때만 생각하믄 나가 자다가도 눈이 떠진다.

이건 비닐껍질을 찢여 붙이고 단닌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