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풍이 불어~
지금부터 일 주일 전 이야기입니다.
토요일이었지만 밀린 일이 많아
연장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모두들 자장면, 짬뽕을 먹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얼떨결에 자장면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밥 생각이 나지 않겠습니까.
사실은 두 끼씩이나 밥을 건너 뛰었거든요.
그러기 며 칠 전, 부산 사는 동생을 만났습니다.
그때 제가 봄이 되었으니까 머리도 좀 어떻게 해야겠다며
매직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아, 고것이
"앵간하면 참으셔,
언니가 매직하면 나이 많은 사람이 미니스커트 입은 거랑 똑같당께".
그러는 겁니다.
그때 직감한 것이 있습니다.
딴 것은 어쩐가 몰라도
엄청난 청개구리가 제안에 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지금 아니면 더 못할지 몰라’.라는 생각이 불꽃을 이루어
퇴근길에 딸애와 함께 미장원엘 갔습니다.
그리고 위풍도 당당하게 “매직해주세요!”라고 주문했지요.
그런데 매직이란 것이 생각보다 엄청스리 시간을 잡아먹더군요.
어디 시간뿐인가요.미용사의 정성은 어쩌구요.
그리고 어찌어찌 시간은 흘러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리저리 꼼꼼히 뒷모습도 보고
맘에 들은 것처럼 내숭을 떨고 나왔지만
사실은 겁나게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이쁘겠지'하는 자만을 앞세워
'엄마모습 어떠냐'고 딸애에게 물었습니다.
아, 그런데 요것까지
"엄마는 차라리 말것을 그랬다."@@@그러는겁니다.
엄청 힘은 빠졌지만 그래도 어찌 하겄어요.
이미 엎질러진 물,
신경 쓴다고 미니스커트가 우화해질리 만무하고..
그래도 한때는 우화한 여자로 손꼽히던 시절이 있긴했다는
화려한 과거지사를 돌이켜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죠.ㅋㅋ
저, 이말 하믄 어떤 분은
"쯧쯧쯧, 여적 넘쳐난 허영을 흘러보내지 못했구나!하고 한탄하겄지요?
그래도 그러는 거 아닙니다.
제가 허영까정 빼불고 살면 세상은 정말 잼 없어요.ㅎㅎ
그리하여, 그날밤 밥 굶은 줄도 모르고 지나버리고
뒷날 아침은 빵으로 끼니를 해결했으니
제가 두 끼를 건너 뛴 것이 맞지요.
그렇다고 울 식구들까지 굶긴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야심한 이 밤까정 컴을 해도
날이면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따끈한 밥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날 점심시간에 면류대신 볶은 밥을 먹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뿌듯한 끼니를 해결하고는 언니들이랑 난로가에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겁나게 멋진 어뜬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제 이름을 부르지는게 아니겠어요?
후편 저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