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스민 향기처럼...
지난 한주 모든 분 안녕하셨지요?
애린은 요즘 유행하는 감기 덕에 모처럼 푹 쉬었습니다.
여전히 잔기침은 나지만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네요.
며칠 쉬면서 남으로 난 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베고 누워도 보았고,
그것으로 피워진 쟈스민도 만났지요.
한 겨울 우리 집은 때 아닌 꽃들의 풍요 속에
울긋불긋합니다.
다 져서 아쉬웠던 부겐베리아가 다시 피기 시작 했구요.
처음은 진보라로 피다가 허옇게 탈색되는
쟈스민의 향기가 좋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이 쟈스민은 한꺼번에
그 향을 품어내지 않은 것 같아요.
훅! 하고 불현듯 들어오는 향기에 놀라 고개 돌려보면
어김없이 보랏빛 쟈스민이 방긋 웃고 있거든요.
어느덧 한해에 끄트머리에 우리는 서 있네요.
늘 그랬지만 처음의 그 싱그럽던 계획도
어느 틈에 마모되고 야위어서
그 끄트머리에선 어김없이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보이고요.
그렇지만 앞날에 대한 설렘은
아쉬움보다 더한 것 같아요.
새해가 시작된다는 제야의 종소리가 들리면
괜히 들뜨고 흥분되어 누군가에게 문자라도 보내어
서로의 축하를 확인해야만 될 것 같고
또 그러고 싶으니 말이에요.
그렇듯 새롭다는 것, 싱싱한 것,
그것의 대명사 연두빛은
설렘이라는 긍정을 연상케하지요.
그래요. 퇴색해가는 시간 사이로
눈부신 연둣빛이 다가오고 있네요.
지난날 우리가 만나고 헤어졌던 첫사랑의 떨림이
어쩌면 이것이었는지 몰라요.
그 치열했던 삶의 뒤안길
불쑥 불쑥 고개 들던 절망의 순간도
새로운 기운에 몰리어
저 언덕 넘어 우주의 작은 먼지로
떠돌다 흩어지는 날도 올 거고요.

네...그래요. 바로 그거!에요.
쟈스민이 한꺼번에 향을 품어내지 않듯
우리의 끈질긴 용기와 희망이
어느 작은 웅덩이에 자주 빠진다 해도
그 늪은 더 넓고 높은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된다는 것을
우리의 긍정은 잘 알고 있거든요.
너무 바쁜 삶을 살다보니
제 가슴도 말라가는 것 같아요.
지난날 질펀했던 내 그리움도 황폐해가고요.
부족한 시간 탓이라 변명하지만
결국은 그 어떤 고운 빛도 담을 수 없는
구멍난 통을 안고 있었네요.
그런데도 반겨주시고 아껴주셨던 여러분
지난 한해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조그만 더 아껴보고 다듬을 수 있는 시간과
그만한 가슴을 배우고 싶어집니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건강과 사랑과 행복을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