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다시 깨어난 것은 새벽녘이었다.
세속의 모든 것을
모조리 삼킬 듯 포효하던 바다가
문 앞에 다가와 굿판이 벌어진 것을 알면서도
꿈과 현실 속에서 나는 길을 헤매고 있었다.
새소리, 파도소리...
소리, 소리들이 깨어난 바닷가 마을은
안개에 얼굴을 씻고서야 서서히 드러난다.
홀연히 떠난 바람이 다시 돌아와
풀잎위에 눕고 나면
내 자유는 그때서야 문을 열고
미지의 땅으로 떠난다.
감미로운 음악처럼 길을 걷다가
행여 내가 알던 그니를 만나면
나는 무엇으로 웃어볼까.
서로가 그리움에 목이 말라도
우리가 떠난 오솔길은
오늘도 길을 이루고...
내가 보았던 많은 것들은
때로는 흔적 없이 사라진
바람이었다가...
추억이었다가...
다시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바람의 말/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2009.6. 영흥도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