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서고지를 배경으로...

파랑색 지붕이 퇴색되어.......

아주오래전 우리 외할머니 집 지붕은

파랑색으로 예쁘게 칠을 했었죠.

아버지 살아 생전 그래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저렇게 회색빛으로 탈색된 슬래이트 지붕에

아버지는 건강한 모습으로 페인트 칠을 하셨죠.

아버지는 페인트칠을 하시고

나와 동생은 예쁜 화단을 만들고

거기에다

채송화도 심고 봉숭아도 심고

과꽃도 심었죠.

지붕을 예쁘게 칠을 하신 아버지는

마루를 고치기 시작 하였죠.

결좋고 튼튼한 나무를 곱게 다듬어

넓직한 마루를 만드셨죠.

여름날...

마당에 남몰래 흩어진 채송화씨는

마당 한쪽 장독대 옆에도 싹이트여

어느날 부턴가 고운 얼굴로

마루에 한가롭게 누워있는 나에게

잠시만 가까이 보고가라 속삭여 주곤 하였죠..

정성스레 집을 가꾸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화단에 피어있을 예쁜 꽃들이 보고싶을때도

난 저 회색빛 지붕을 찾아 나서지 못했어요.

세월은

우리를 너무 편한함에 물들이고 지나갔는지

고향에 가서도

편함에 물든 우린

구석구석 그리움을 찾아 나서지 못했죠.

이곳에 편안히 앉아

오늘도 아버지께서 칠을 하셨던 지붕을 보며

그후로 한번도 예쁜 모습을 찾지 못한

탈색된 지붕이

너무도 쓸쓸해 보여

내가 다시 칠을 하고 싶네요.

가을날...

한밤중에 깨어

돌담 가까이 서서

부도쪽을 바라보노라면

밤하늘의 별님도

그곳을 쳐다보고 있는것 같았어요.

그날밤 부도는

너무도 둥그런 달을 이고

코끝이 시큰할많큼 아름다운 꿈을꾸게 했지요.

아버지의 건강과

우리의 꿈을

한꺼번에 잃었던 시간에

저 지붕은 나에게

아무말도 해주지 않았죠.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버린 지금도

저 지붕은 너무도 싸늘하게 식어 있네요.

우리들 가슴에

그리움만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