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낭끄터리

아주 오래전

아버지를 따라

낭끄터리에 갔습니다

먼 소리도가 보이고

하늘 기둥 철탑 아래

사각사각사각

아버지 다리를 스치는

억새풀 소리였는지

내 다리를 스치는

바람 소리였는지

흥건히 젖어 우는 옥빛 파도는

지친 삶의 표상이었는지

끝없이 끝없이

춤만 추고 있었지요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바다는

그 자리에

또 그렇게 살아갈 텐데

한때는 바다도 노을도 모두

이별의 형상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그곳엔 은빛 융단이 깔리고

사각사각사각

아버지 다리를 스치던 억새꽃이

바람결 내 소식

기다림에 지쳐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