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스치는 바람

관악산 하산길,

앞선 친구들은

이미 산모룽이를 돌아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내 앞을 차지한 중년의 부부가

스마트 폰을 하늘 높이 쳐들었고

나는 그들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윽고 자리를 비켜준 중년의 부부는

내 오던 길을 오를 찰나

나도 그들처럼 스마트 폰을 꺼냈다.

" 참...이쁘죠!?"

"네, 세상에..

어떻게 저기에 둥지를 틀 생각을 했을까요...."

오르내림의 지친 길목에서

정작 우리의 땀을 씻겨준 것은

척박함을 이겨낸 자태였다.

그리고

잠시 스쳐간 바람처럼

그들은 멀어져 갔고

나도 그들처럼 멀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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