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이틀간의 일기

4살 된 아들을 데리고 낮잠을 자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이녀석은

밤에 잠을 자다가도 수시도 깨어나 물을 찾는다. 비어진 컵에 물이

가득 들어 있는 걸 확인 하고 서야 잠을 자는 아이,그런데 그 아이의

습관을 바꿔 주기 보다는 오히려 그런 것에 익숙해 난 또 몇 번을 깨어

나 비어진 컵에 물을 채워 둔다.정말 우리 집엔 상전이 따로 없다.

아들이 나한테 하는 짓을 낱낱이 밝히려 해도 내 아들인걸 누구에게

하소연 하겠는가. 지 하고 싶은건 물 불을 가리지 않고 하면서

어찌 엄마는 한순간도 맘데로 하지 못하게 하니 말이다.

내가 이런말을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그것이 정상이여!"

어느 날은 피곤해서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이 녀석

은 "엄마, 눈 끄지마!" 그러면서 내 눈을 쿡쿡 찌른다.

잠이란 습관에 달린 것 같다.서너 시간 자고도 끄덕 없이 일과가 마무리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자도 자도 끝없이 졸리는 사람,요즘 들

어 왜 자꾸 졸음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토요일,아이들과 점심을 맛나게 해 먹고 아이들은 지네들끼리 이방

저 방을 건너뛰며 뭐가 그리 신나는지 깔깔 거리며 웃고 있다.

집을 깨끗이 치워놓고 오랜만에 독서에 빠 저 볼 까 하고 책을 한 권 들

고 쇼파에 아주 편한 자세로 누워 버렸다. 서 너 장을 채 넘기지 못하고

스르르 눈이 감긴다.

얼마큼 잤는지 모르다. 여전히 아이들은 뭐라 신나게 웃어 데고

두 아이가 엄마가 됐다가 아빠가 됐다가 참 웃기지도 않는다.

어쩌다 세상을 보니

천장이 나를 뚫어지라 처다 보고 뻐꾸기 시계가 4시를

알리며 뻐꾸기가 들락 달락 한다. 여전히 아이들은 깔깔거리고

텔레비전에서와~!하는 함성 소리가 내 귀를

찌르고 무엇 때문 인지 궁금해 볼 려 해도 내 고개는 돌려지지 않는다.

순간 지금 내가 잠든 상태 라는 걸 알았다. 가위에 눌렸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그 때부터 깨어 날려고 발버둥 쳤지만 도저히 깨어날 수가없었다.

오래 전에 잠을 자면 수시로 이런 현상이 있곤 했지만 근래에

와서,하기야 내가 언제 낮잠을 잤던가...

쉼 호흡도 해보고 별 짓을 다한 끝에 겨우 깨어 났다.숨이 가 팠다.

어느 정도 마음을 안정 시키고

거실을 보니 내가 잠 속에 본 거와 아주 똑 같다.

온통 장난감과 인형이 줄을 서고 있고 딸은 어디서 찾았는지 머리핀과

머리댕기로 한 인형을 공주로 변신해 두고 아들은 복사지에다

무지개와 가시덤풀을 멋지게도 그려 두고 내게 선물이라고 내민다.

뭐라고 말하겠는가.고맙다고 말하곤 볼에다 살짝 뽀뽀를 해 주었지.

가위에 눌린 덕에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밤이 깊었지만 낮잠 덕에 잠이 오질 않았다.오지 않는 잠 억지로 자자니

내 눈은 더 말똥해지고 별 생각이 다 든다.하는 수 없이 다시 불을 켜고

낮에 덮어둔 책을 읽었다.아마 새벽녘에나 잠이 들었을 거다.

일요일이면 유난히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은 만화를 봤다가 풍선 놀이를 했다가 난리 벅구다.

피곤하지만 일어날 수 밖에.. 아침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을 내다 보니 하늘엔 구름이 태풍 뒤끝을 말하듯 손살같

이 동쪽으로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후에는 산책이나 가야지.......'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놀다간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어느 정도 치우고 나니 갑자기 세상이 어둡기

시작하였다.'에구.....오늘도 방콕이나 해야겠구나.....

아들은 지 누나를 참 많이 괴롭힌다.이제 겨우 4살 된 사내 아이는

몸에 축척된 에너지가 남아도는지 누나이고 엄마이고 뭉겠다가 물어

뜯다,그래도 모자란 것 같으면 어찌나 심부름을 시키는지,

그래서 나와 딸아이가 붙여 준 별명이 있다"짱구 또는 움직이는 폭탄"

이라고...

점심을 후다닥 해치우고 나니 방콕일 하루가 또 다시

지루해질 것 같다.가만 있다면 한 없이 지루 하겠지만 난 또 잠시라도

가만 있는 채질이 못 된다. 어젯밤 읽다 만 책도 있고 요즘 인터넷

독서에 빠져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재미도 수월찮다.

무얼 할까 망설이다 책을 읽기로 마음먹고 딸아이에겐 어제 못한

피아노 숙제등 하기 싫을 일만 시켜 두었다.아들 까지 봐 가면서 말이다.

나도 너무 한다 싶다.하지만 아들은 나보다 지 누나를 더 좋아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변명) 그런데 딸 아이도 지 동생과 같이 하는걸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아들 학습지는 딸 아이가 책임지고 가르쳐 주기도 한다...참,기특하기도 하지.....

독서를 하기로 큰 맘 먹은 난 안방 침대에 또 다시 편하게 누웠다.

가을같은 바람 또 한 가을같이 산뜻하게 방충망을 통과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여기다 옥수수 튀밥이라도 있으면 금상첨화 겠다.

푹신한 베개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책을 폈다.어쩌고, 저쩌고,눈만 깜밖이고 이야기 길을 따라 나섰지만

머릿속은 자꾸만 멍해간다...아득하다...

어디에 떨어졌는지 난 망아지 새끼 마냥 막 뛰어 다닌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벽이 나를 뚫어지게 처다 보고 난 어떤 남자 까만 머리 뒤통수

를 쳐다 보고 있다......'저 남자는 도대체 어딜 저렇게 보고 있는 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외에 것을 눈을 옮기려 해도 같이 해줄 고개는

고정되어 있다.

벽 시계가 노란 띠를 두르며 열심히도 가고 있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재미 있는지 깔깔대며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저 남자는 왜 저기서 벽을 보고 있는 거지?' 참,목도 아프기도 하겠다.

어찌 저렇게 벽만 보고 있을까...그런데 언제 이 남자가 여기에 들어와서

저러고 있지?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아....또 내가 가위에 눌렀네.....또 깨어날게 막막했다.더욱이 이 방에

왠 남자가 벽을 보고 있으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온 정신을 집중하고 지금 껏 경험으로 해 보았던 깨어나기를 한 참 써

먹고 난 후 간신히 깨어날 수 있었다."휴~~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시는 낮잠자지 말아야지 지옥을 아직 안가 봐서 모르는데 지옥일

듯 싶다.

문득 남자 뒷 통수가 생각나고 그 벽을 보았다 .

그 남자는 온데 간데 없고 그 자리에 청색 정글 모자가 나를 비웃고 있다.

여전히 노란띠를 두른 시계는 쉬지 않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거실로 나와 보니 이번엔 딸 아이와 아들이 색색의 물감으로 꽃밭을

그려놨다.

내가 곁에 앉아 "나비도 그려볼래?"하니 딸은 "그 잖아도 나비 그릴

거야!" "그래.....예쁘게 한번 그려봐라"

그렇게 말하곤 쇼파에 풀 석 주저 앉았다.

내가 이틀동안 뭘 했는가 생각하니 참으로 아까운 시간을 가위에

눌린데 보탰다 싶었다..

창밖에는 어느새 파란 하늘이 보인다.

아이들에게 빨리 정리하고 산책 가자 하니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밖으로 나와보니 눈부신 햇쌀이 골목에 쏟아지고 있었다.

천천히 가로공원 길을 따라 육교를 건너고 신월 3동에 이르렀다.

이곳은 비행기 소음이 어찌나 마을을 꽉 막아 버리는지 평소엔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데 오늘은 태풍이 나라를 덮고 있으니

아무리 좋은 엔진을 단 비행기라도 오늘만은 비행하는걸 참고 있어

세상이 너무도 환하게 뚫려 있는것 같다.

어제 내린 비가 세상을 말끔히 씻겨 주었는지 상큼한 풀 내음이

코를 찌른다.

어느덧, 고강동 고갯 길을 따라 작년에 보았던 코스모스길이 생각나서

왼쪽으로 꺾어 돌았다.

그 많던 코스모스꽃이 어디로 날아 갔는지 그 자리에 귀여운 강아지

풀만이 일제히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듬성듬성 씨앗이 뿌리내린 자리에 빨갛고 분홍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결을 온 몸으로 느끼며 한들 거리고 저 하늘 끝에 파란 가을

하늘이 벌써 내려오고 있었다.

"아.....이제 가을이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