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경찰서 행....... 2화

경찰서 행......(2)

이글은 지난 추석, 가까운 이웃이 좋은 추억 만들기를 했다며

저에게 들려준 이야기 입니다.

"에구,저는요.말도 통하지도 않고,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으니, 아주머니 법 좋아 하신다고 했죠? 그 좋아 하시는 법으로 한

번 해 보자구요!"

그렇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연신 토해내던 거친 욕설을 잠시 멈추었다.

정말이지 너무 분하고 억울했다.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 곳까지 왔

는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남편은 오늘 안으로 못 나갈 것 같으니 집에 돌아가라 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나와 친구와이프는 졸지에 생과부가 되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 생전에

이렇게 긴 한가위를 보낸 적이 있을까 싶었다.

불안, 초조,나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고, 평소에 머리만 땅

에 닿으면 잠이 들던 난 뜬 눈으로 새벽을 맞게 되었다.

새벽 거리는 한 없이 낯설게 다가왔다.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향하는 나

의 마음을 눈치 라로 챘는지,아님 한심스러워 보였는지 택시 기사 분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내며 추석날 무슨 일이 일어 났길래 이 새

벽에 경찰서로 가냐고 물어왔다.

경찰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제 우리와 싸웠던 아주머니는 어젯밤 얼굴

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를 반기며 한번만 봐 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렸다.

밤사이 정말 택시 기사분 말씀 데로 무슨 일이 일어 났기에 저러나 싶었다.

비교적 점잖아 보이는 그 아주머니 시동생(남편 동생)도 와 계셨고,검찰

로 넘겨지면 서로가 불편해 지고 비용은 비용데로 들어 가게 되니 약 값

은 드릴 테니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해 왔다.

그 말 끝에 "아저씨도 아저씨지만 아주머니는 더 했어요? 얼마 살지 않았

지만 아주머니 같은 분 정말이지 처음 보았어요!"

"에구...미안 혀...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집 양반이 나를 가만두

지 않을 것 같더라고.저 양반은 술만 마시면 그래서 내가 먼저 선수 썼지 뭐

요.젊은 사람이 이해하고 그냥 합의 합시다. 아침 6시 30분까지 합의 하

지 않으면 검찰로 넘어 간데요.

이런 일로 경찰서로 들어 온 게 한 두 번이 아니였던 아저씨도 술에 깨어

난 맨 정신은 고개를 들 용기도 주지 않았다.

" 전 모르겠어요 남편이 그렇게 할지 모르겠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일을 더 이상 복잡하게 되는것을 나 역시 바라던

것은 아니였다.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한 나는 검찰로 넘겨질 경우 우리에게 이득이 없는

것을 생각 나는 대로 나열했지만 남편은 끄덕 없었다.

몸에 상처가 어떻게 해서 생겼든,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입은 남편의 많은 상

처 때문도 있었지만, 고소를 할 경우 직장에 얽매인 친구를 생각한 남편

은 본인이 고소한 걸로 이미 입이 맞춰진 상태였다.

"절대 합의 안해 줄거야!" 밤을 지샜는데도 분을 못 삯인 남편 말을 듣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상대 일행은 남편에게 다가와 약값은 물어 줄 테니 한번만 용서 해 달라

매달렸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약 값은 얼마나 줄려고 그러시

오? 빈정대면 묻는게 아닌가..상대측은 십 만 원이면 안돼겠냐고 했고,

남편은 앞으로 나올 벌금하며, 약 값이 만만치 않을 거라며 백 만 원을

요구 했다.

상대 동생은 지금 돈을 구할 수 없으니, 합의 먼저 하자 했고, 사방에 현

금 인출기가 있는데 돈을 구 할 수 없다는 말은 되지도 않는 소리라고 일

관 했다.순간 남편이 속물처럼 느껴져 밖으로 뛰 처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해 줄 듯 말 듯 한 시간이 어느새 6시를 넘어갔다

이젠 내가 남편한테 매달리고 싶었다.정말이지 그 돈이 뭐 길래 저러나

싶었다.

다급해진 상대측이 돈을 건네서야 합의는 이뤄졌고,서류를 작성 하면서

얼굴을 들지 못한 아들 머리를 한대 쥐어 박으며 멀쩡한 녀석이 눈도 나

쁘신 아버지가 글을 쓰시는데 보고만 있냐고 나무란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피의자든 피해자든 이 곳 에는 올 것 이 못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면

서 경찰서에서 빠져 나오자 세상은 어제와는 너무도 다르게 환하게 밝아

있었다.

남편은 뭐가 또 부족했는지 상대 일행에 다가 가더니, "나 몸이 아파서 나

하고 내 친구 약값은 있어야 덜 억울 하니 십 만 원은 우리가 가져 갈

것이요.보아하니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앞으론 눈에 거슬리는

일이 있어도 그냥 보고만 가시오.

어제는 정말,용서하기가 싫었소.이런 일은 생전에 처음 당한거라 너무 억

울해서 내가 돈을 요구 한 것이였지 이 돈이 탐나서 그런 것은 아니였소.

아마 벌금도 꾀 나올 것이니,준비 하시는게 좋을 거요."

그러면서 나머지 구십 만 원은 돌려주는 것이 아닌가...저럴 것을 그렇게

애를 태웠나 싶어 힘이 쭈욱 빠졌다.

긴 여정을 하루에 묻고 시댁에 돌아오자 시아버지께서는

가라는 친정은 안가고 왠 술을 마시고 사고를 쳤냐며 야단을 치셨다.

"어제 아빠 이렇게 스케이트를 탔다!?"

하면서 오른쪽 발을 앞으로 쭈 욱 미끄러 뜨린 아들녀석을 보며

한바탕 폭소로 마감한 한가위 연휴는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는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그 후로 몇일 동안 싸움 말리다 만신창이가 된 나와 남편은 멋진 훈장을

온 몸에 붙이며 끙끙 앓아 누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