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

옆집 마당 귀퉁이에 빈 수레가 있다. 비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독한 일인가. 삶의 무게는 어디로 떠난 것일까... 한바탕 굿판을 벌이고 떠난 자리처럼 여기저기 상처 자국이 도드라져 있다.
마당에는 수레에 싣고 떠날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폐지와 녹슨 운동기구, 폐자전거와 쓰다만 노끈까지, 수없이 밟고 오가던 문지방도 너덜하다. 수레는 매일 똑같은 하루를 돌았고, 어쩌다 주인이 앓는 날에서야 낮잠을 늘어지게 잘 수 있었다.
폐지 한 다발이면 얼음장 같은 가슴을 데울 수 있을까, 이 골목 저 골목을 으르렁거리며 주인을 따르던 제 몸에 먹이가 가득 채워지면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왔다.
겨우내 쌓인 먼지가 이륙을 꿈꾸는데, 녹슨 운동기구와 폐자전거가 대문 밖으로 옮겨졌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 사이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데, 수레의 주인이 빈 수레로 떠나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