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이 향기로운 건(포토에세이)

거친 바위인 줄 알면서도
밀착해야 살아가는 숨이 있습니다

모두가 등 돌린 마음과 타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가슴에 잿빛을 쌓으며 수 없이 꺾이는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질긴 속박에 시들고 싶어
먼 하늘을 향해 혈관을 뻗어보았고

까만 절벽 끝에 하얗게 골절되어
오도 가도 못하고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살아온 생의 무늬는 달라서
놓쳐버린 나이테를 몰랐던 건 아닌지,

푸른 신음 소리를 차마 전할 수 없어
베이고 할퀸 마음에 옹이가 박힌 건 아닌지...

그래서 마른바람은 휘파람 소리가 나도록
먼 길을 더듬어 온 것일까요

허리를 굽히는 찰나 속에 꽃이 피어나고
대공이 꺾이는 순간 새 잎이 돋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룩진 뿌리는 그늘을 비집고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난한 흉터를 숙이고 시간을 거슬러 떠오른 백조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켜켜이 쌓아둔 그늘을 이해하며
제 속내를 울컥울컥 토해내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사진/애린
금오도 비렁길
금오도 금오열도 (gum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