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괜찮습니다(포토에세이)
바스러지지 않으면 걸어 나갈 수 없는 외줄이 있습니다

붙잡고 있는 손마디가 부석거리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
흠뻑 젖은 그늘을 짜낼 수 없는 어깨가 있습니다

매일 다른 무게가 매달리고 있는 것은
살아야 할 이유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탈을 넘보지 못해 심장이 굳어버린 건 아닌지
꾹 다문 표정을 이해하지 못한 얼룩들은
기우는 웃음을 밖으로 털어내며 가볍게 일어서지만

가끔은 허공에 매달린 속박에서 탈색되고 싶어
늘어진 끈 위로 두 손을 모으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 올의 햇살 덕분에 조각난 한숨이 있었습니다

달팽이 걸음으로 옥상에 오른 질긴 의지로
벅찬 울음의 순간을 가지런히 고정시킨 날이 있었고

숨죽인 열망을 밀치고 웃음을 끌어당긴 아이들이
바지랑대에 기대어 햇살을 펄럭이던 날도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젖은 채로 늘어진 짐들이
지루한 속도에 매몰되어 비틀거리게 하지만
털썩, 주저앉아 희망을 내려놓지 않기로 했습니다

수척한 노을빛이 마음을 풀고 들어온 것은
다시는 만질 수 없는 오늘에 있다는 것이고,

나룻배가 저어 갈 강물의 수위가 바닥인 것은
순풍을 기다릴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
아직은 괜찮습니다
이종희
바스러지지 않으면 걸어 나갈 수 없는 외줄이 있습니다
붙잡고 있는 손마디가 부석거리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
흠뻑 젖은 그늘을 짜낼 수 없는 어깨가 있습니다
매일 다른 무게가 매달리고 있는 것은
살아야 할 이유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탈을 넘보지 못해 심장이 굳어버린 건 아닌지
꾹 다문 표정을 이해하지 못한 얼룩들은
기우는 웃음을 밖으로 털어내며 가볍게 일어서지만
가끔은 허공에 매달린 속박에서 탈색되고 싶어
늘어진 끈 위로 두 손을 모으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 올의 햇살 덕분에 조각난 한숨이 있었습니다
달팽이 걸음으로 옥상에 오른 질긴 의지로
벅찬 울음의 순간을 가지런히 고정시킨 날이 있었고
숨죽인 열망을 밀치고 웃음을 끌어당긴 아이들이
바지랑대에 기대어 햇살을 펄럭이던 날도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젖은 채로 늘어진 짐들이
지루한 속도에 매몰되어 비틀거리게 하지만
털썩, 주저앉아 희망을 내려놓지 않기로 했습니다
수척한 노을빛이 마음을 풀고 들어온 것은
다시는 만질 수 없는 오늘에 있다는 것이고,
나룻배가 저어 갈 강물의 수위가 바닥인 것은
순풍을 기다릴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빨래집게 #현대시 #포토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