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꽃무릇

우리의 약속이 시들지 않았다면

한 번은 보고 싶습니다

하늘빛 밀어가 꺾이지 않았다면

한 번은 만나고 싶습니다

기다림이 쌓이고 쌓이면

사랑은 서러운 진물로 웃자라는 까닭에

창백한 바람에도 화르르 떨어집니다

마침표를 잃어버린 연인들이

발그레한 웃음으로 멀어집니다

바람이 찹니다

가을 냄새가 시리게 물들도록 켜둔 창을

이제는 마감해야 할 시간입니다

혹시라도 텅 빈 거리가 못 견디게 아파지거든

저 홀로 타오르다 붉게 멍든

노을의 정맥을 열어보세요

당신의 지문으로 접속할 수 없다면

지상에서 영영 피어날 수 없는,

단 하나의 사랑이 있습니다

https://youtu.be/MLZcualuyaM?si=AUquKKoMpsVc4Yip

[슬픔의 심로 / 양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