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시)
텅 빈 풍경 사이로
떨어지지 못한 잎들이 참 곱다.
며칠째 진지를 구축한 동장군의 입김은
가벼운 농담마저 경직을 몰고 오는데
무슨 까닭에 저들의 저항은 저리도 단단한 것일까.
이런 나의 오지랖은 경계선을 뛰어넘어
항상 그녀를 향해 가지를 뻗어가곤 했다.
그녀는 대지의 척박한 기운에 휩쓸려
원하지 않는 공간에 뿌리를 내려야 했다며
부당한 그늘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그녀보다 부유한 햇볕을 받으며
온실 속의 성장에 부러움을 모른 것처럼
그녀에게 흡수되어 아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쓸쓸한 냉기가 일었다.
과연 나는 뻗어가고 싶었던 숲이 없었던 것일까.
나는 왜 내 나이테에 박힌 옹이를
하나도 꺼내지 못한 채 돌아오는 것일까.
나무들은 어쩌다가 얼룩진 상흔들을
저리도 환하게 들추고도
마음이 절뚝이는 날이면
슬픔이 자동 재생되는 것일까.
내 겨울눈이 반짝이는 날도 있었다.
여린 잎새를 다독이던 햇살마저도
비바람에 찢긴 사연에 귀를 열다 보면
자꾸만 넝쿨지는 우울을 어쩌지 못해
누렇게 뜬 젖은 잎으로 다른 나무에 기대어
차곡차곡 쌓인 침묵을 털어낸다는 것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내 자아는
어쩌면 어깨를 다독이던 그 순간부터
오롯이 싹이 텄는지도 모른다.
그 미진한 싹은
음습한 기운을 떼어내는 방법을 찾느라
잠시 머문 바람에도 마음을 포갰는지 모른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참 시리다.
벌써 내수피 어딘가는 다음 계절을 꿈꾸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