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바람은 그저 왔다가 흩어질 뿐(시)

가야 할 길을 잃어서가 아니다.

가고 싶은 길이 없어서가 아니다.

흔들리며 파랑과 마주하는 건

젖은 내가 젖은 나를 견뎌내는 일,

무심에 베인 다정이 있다는 걸 알았고

깃털에 가라앉은 바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때로는 미지의 항로를 꺾으며

벼랑이 무너지는 절망에 흔들렸고

때로는 소금꽃 환한 고독을 어쩌지 못해

등 뒤로 빠져나가는 바람 길을 열어두었다.

한 생이 서쪽 바다를 안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결마다 파고든 거친 숨을 재우며

주홍빛 사랑이 걸어오기 때문이다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고 싶은

단 하나의 절개가 서 있기 때문이다.

갈바람통 유례/윤상택

갈바람은 남서풍이라고 하며

금오도에서는 하늬바람이라고 한다.

갈바람통은 바다를 향해 화살촉 모양으로

도드라진 일종의 '곶'이며

갈바람이 불어오면 길목에 서서

온몸으로 마을을 수호한다.

겨울날 깨미 몬당에서

직포 마을로 내려가는 고갯길에

살을 애는 듯한 칼바람으로도 유명하다.

통개에서 이어지는 해변은 풍화 작용으로

떨어져 나온 암석 더미와 백색 단애에

수평으로 누운 해송의 경이로움도 감상할 수 있다.

자연 방파제나 다름없는 마을의 고마운 존재이며

매봉과 더불어 고유명사 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