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풀리지 않는 진실(시)

비 오는 밤이면

흩어진 몸을 찾으려는 유령들이

울음을 앞세우고 뭍으로 밀려 나온다고 했다.

조약돌이 동그랗게 마모된 것도

노송이 조각조각 부서진 것도

미처 짐을 꾸리지 못한 유령들 때문이라고

물꽃을 피우는 무수한 증언이 구름다리를 향하는데

이야포는 짠물에 저당 잡힌 과거를 빼내느라

끊임없이 파도의 옷자락을 끌어당기고 있다.

바닷가 아이들의 초롱한 몸짓으로는

잘려나간 미래를 건질 수 없을 것 같아

이 땅의 온기가 밀물진 바다를 향해

숨 가쁘게 걷고 또 걸어왔는데

어쩌다가 빈 껍질로 볼록해진 세월과

끈을 놓지 못한 유년의 악몽은

치유되지 못한 붉은 통증으로 뒹구는 걸까

화약 연기 낭자한 기억을 들추어

고개를 떨군 채 왈칵 쏟아진 적 있었는지,

두 손을 모으며 깊게 수장된 적 있었는지,

한 번쯤 앙다문 어금니를 풀어보고 싶은데

칠흑의 속내가 선명한 화면 속에는

애써 불안을 뽑아내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선량한 터전이

전쟁놀이의 가벼운 표적지로 속절없고

가슴을 상실한 얼룩무늬 축배만이

장난기 어린 농담으로

숱한 주검이 쏟아진 불기둥을 담아내고 있다.

저 둥근 바닷속 붉은 비린내는

언제쯤이면 투명하게 바래질 수 있을까

바래진다면 까닭 없이 식어버린

서러운 체온을 위로할 수 있을까.

아직도 포구는

이생을 거두느라 가라앉은 난파선과

감쪽같은 시대를 찾아 나선 온기만이

가슴에 멍울을 키우며 출렁이고 있을 뿐,

나라의 말씀에 귀 기울인 죄 너무 선명하여

길 잃은 유령을 받아 줄 육지는 보이지 않는다.

https://youtu.be/Rs8MDpmKIHU?si=Q_lavZeXmuk2UBmA

[여수 MBC 보도특집 다큐멘터리  바로가기]

이 글을 완성하려고 이야포에 대해 자료를 찾다가

여수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날 주위 할머니들한테 듣긴 했어도

이렇게 끔찍한 일들이 있었는 줄 몰랐네요.

많은 세월이 흘러 흔적을 지워버린 저 포구에서

우리는 참 예쁜 추억을 쌓으며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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