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오빠...잘 가세요.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전달되지 않았던 수 많은 언어들...

하지만 오빤

얼마나 착한 사람이였는지...

그래서 지금도

오빠를 생각할 때 면

가슴이 답답하고

현기증이 나는 걸까요.

끝내

오빠는

아무 말도 안하고 갔어요.

아들 부잣집 막내로 태어나

너무나 착했던 오빠...

도저히

섬 머심아가 될 수 없었던 그 아이...

짧은 인생

그것이 최후의 소망이였다면

축복해야 하는건가...

그래도

이렇게 허탈 할 수 밖에 없는

이 슬픔을

단 한번이라도 느끼고 가세요.

오빠를 알게되어

소박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오빠 마지막 가는 길

우리는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좋은 곳에 가셔서

못다한 꿈

모두 이루세요...꼭...

서고지 김영길님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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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아이들(그 오빠는 어디에...)

초록색 슬래이트 지붕을 내려다보며

바람이 불 때마다 제 몸의 향기를 품어내는 나무가 있었죠.

가을날 이 나무에 노랗게 익어간 유자는

초록색 슬래이트 지붕에 떨어질 듯 그렇게 힘없어 보였지만

지금도 잊지못할 노란 유자빛 고운 아이가

그 집 마당에 자치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 아이는 밥을 먹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밥 한 숟갈을 떠 마루 한켠을 내려다 보는 시계문을 열고는

조심스레 넣어 주었죠.

"시계야! 밥 많이 먹고 열심히 일해. 일았지?"

매일 일정하게 태업을 감아줘야 했던 그 옛날 그 시계...

밥을주는 거라 표현했던 그때의 어른들...

착한 그 아이는 제 손으로 밥을 주며 시계에게 힘을 주고 싶어 했죠.

돌담가에 푸른 이끼가 서늘한 가을 밤을 불러오고 있었고,

장꾸방 아래에 외롭게 커저간 개망초꽃을 보며

해맑은 미소로 마당에서 뛰 놀던 그 아이.....

논두렁과 산길,짜밤나무 , 낭구 밑,

저 아래 갯바위 까지

섬머시마들이 그렇게 활개치며 뛰어 놀 때도

그 속에 당당히 끼여

힘차게 놀던 그 아이.......

수줍게 미소 지을때 꼭 망초처럼 슬퍼 보이던 그 아이.....

마음이 여러서

마음이 아파서

마음이 ..........

그 아이는 지금 어디쯤의 세월을 건너뛰고 있을까...

마음이 아프면

다가가고 싶던 그 아이가

마음이 슬프면

위로 받고 싶던 그 아이가

지금은 어느 시공을 건너뛰고 있을까...

어린날

그렇게 슬퍼도 않고 울지도 않던 그 아이 지나간 자리

외로운 들풀이 기억하고 웃어주어도

아무것도 모르고 꿈만 꾸는 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