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가끔 저는
마음과 마음이 맞지 않아 힘이들 때 차분하면서 약간 습기먹은 음악을 듣습니다.
그 음악을 들으며 나의 감정에 몰입하다보면 내가 모른 나와, 나의 입장을 무시한 진심을 만나게 되면서 다양한 논리로 입장차를 가늠하게 되는데요
그 끄트머리에서는 상대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해보다, 바보같이 나의 처지를 이해해주지 못하고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 상대에 대한 서운한 감정만 부풀려집니다.
그럼에도 모든 날들은 아끼고 사랑하며 정성을 쏱았기에 행복했고, 아름다운 날들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나의 숱한 허영심과 가없는 교만을 때때로 일깨워준 모든 분들께, 평소에 제가 너무 좋아했던 이 시를 바칩니다.
모래알 같이 작고 초라한 마음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오지랖이 너무 커 멈추지 못했던 장거리 여행을 부디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https://youtu.be/YCC7fcfIZ_k?si=QmHahloXrORaWG-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