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바이러스

            바이러스

다시는 접속할 수 없을 것처럼

나는 오늘도 당신을 클릭합니다

보고 싶다는 말

고마웠다는 말

차고 넘친 흔한 말 삭제하고

당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진심 어린 데이터를 뽑아

모두 전송하고 싶습니다

너무 깊게 숨긴 까닭일까요

가벼운 용량이 서운하고

무심한 화면이 서운하여

감추어둔 울음을

툭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 다지고 다져야

견고한 본체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얼마나 오랜 바람을 삭제해야

당신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까요

그저 오는 시간은 없다고 하지만

이 질긴 애증을 차단해야만

숨을 쉴 것 같다고 깜빡이면서도

나는 매일 당신을 클릭하고

나는 매일 깊은 사랑을 합니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