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여행기·좌충우돌 일본 여행기 1화

좌충우돌 일본 여행기 [1]

인천공항에서 일본 간사이공항까지

개나리꽃이 흐드러진 3월, 노란 골목을 스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초청장이 날아왔다. 11회 선배님들이 선후배님들과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개인 적으로 쉽게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고 싶지만 사정이 있어 못 가는 분들과 가기를 꺼려하는 분들, 그리고 가려는 분들로 나눠지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Day 1, 부산에서 콩심이가 올라왔다.

게스트라는 위치 때문인지 준비해야 할 일들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11회 선배님들 중에는 gumo에 활동하신 분도 계셔서 낯 섬에 대한 걱정 보다는 고향 선후배님들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설렘이 커져갔다.

출국이 임박해지고 여행사에서 보내준 여행 정보를 읽다가 문제가 된다는 귀금속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었다. 너무 복잡한 사례가 난무해 콩심이에게도 귀금속은 모두 빼고 가는 게 좋겠다고 일렀다. 그리고 일본 입국기록 카드 작성 시 필요한 정보를 꼼꼼히 추려 gumo 단톡방에 올려 두고, 만일을 대비해 작은 폰트로 출력한 내용을 핸드폰 케이스 안쪽에 넣어두었다.

이윽고 우리는 10월 17일 6시 50분에 공항 2 터미널 3층에 도착했다.

집결 장소인 G~H 카운터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는데 한쪽에 모인 많은 분들 사이로 안개언니가 보였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인사를 하고 11회 선배님이 준비한 김밥과 과일을 먹다가 여행사 직원이 건넨 지퍼 팩을 열어보았다. 친절하게 잘 정리된 출입국기록 신고서와 세관 신고서, 그리고 2박 3일 일정이 들어있었다.

인천공항 미팅 장소

우린 가이드가 준비한 용지에, 여권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한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해당사항에 체크와 사인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옆에 계신 산벚나무님은 글씨가 잘 안 보인다며 대신 작성하라고 카드를 내미셨다. 전날에 출력해 온 정보를 휴대폰 케이스에서 꺼내 산벚나무님 정보를 적으니 산벚나무님은 어떻게 이런 걸 준비해 올 생각을 다 했냐며 놀라워하셨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싶더니, 미리내 언니가 보이질 않는다. 뒤늦게 핼쑥한 얼굴로 도착한 미리내 언니는 인천공항에서 헤매긴 처음이라며 몸이 힘들었던 최근 근황을 말씀하셨다.

가이드의 간단한 설명을 끝으로 11회 선배님과 선후배들은 차전놀이 꼬리처럼 갈라지고, 인천공항을 수시로 이용한 콩심이는 스스럼없이 앞장서 나갔다. 그 뒤를 따른 오아시스는 콩심에게 ‘우리 여행에 행동대장 하면 되겠다’ 며 약간 들떠있었다.

짐을 부치고 무사히 출국 수속을 마친 우리는 면세점에 들렀다. 차에 두고 온 선글라스가 아쉬운 콩심이는 한참 만에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골랐다. 일행이 구입하는 개수에 적용되는 디스카운트가 달라, 최소 혜택을 받고 계산을 끝내고 나니, 주변에 있던 감나무 언니가 선글라스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셨다.  콩심이는 그사이 접수한 세일 금액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두 분의 선배 언니가 더 구입하신 바람에 모두가 최대 혜택을 받게 되었다. 난생처음 만난 선 후배님은 정이 깊어지기도 전에 한 메이커 선글라스 동호인이 된 것이다. 나는 '콩심이는 선글라스 장사해도 먹고살겠다' 라고 생각하며 박장대소했다.

그러느라 깜박한 휴대폰 로밍 신청을 비행기 기내에 들어가서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너무 편하게 생각한 나머지 벌어진 느닷없는 긴장의 순간도 지나가고 어느새 일본 열도가 뭉게구름 사이로 희미했다.

인공섬을 만들어 건설되었다는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해 보니, 인천 공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복잡하고 낙후된 느낌이었다. 어느새 입국 심사대 앞에 선 나는 양쪽 곤지손가락을 지문 인식기에 올려놓았다. 오류가 뜨는지, 근무하는 어르신이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다시 심사를 받으라고 했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눈치껏 여권과 출입국 카드를 들고 줄을 서는데, 바로 뒤에 서 있던 콩심이가 어느새 다가와 휴대폰 통역 웹을 켜며 이걸 통해 소통하라고 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어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올렸다. 갸우뚱한 직원이 손가락을 올려보라고 했다. 내 왼손 곤지 손가락 바닥을 본 직원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단계를 지시했다.

내 나이 다섯 살, 엄마 몰래 손잡이가 까만 문구용 칼로 고구마를 깎다가 곤지 손가락 둘째 마디부터 손톱 끝 부분까지 깊게 베어버렸다. 그때 난 흉터가 수 십 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자극적인 성분이 닿기만 하면 욱신거리더니, 이국땅에서까지 통증을 들키다니...

무사통과 후 통로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심사관 앞에서 동생이 핸드백을 열어 무언가 찾고 있다가 통역 웹을 켜고 “저쪽에 냈어요”라고 말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길한 마음은 적중하여 콩심이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아득했다. 이미 많은 일행은 밖으로 나가시고 우리 gumo만 내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멈추어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그 사이 도착한 비행기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꺼내 놓았는지, 내부는 줄을 서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정신을 차리고 내가 나왔던 자리로 눈길을 모았다. 콩심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드디어 통과한 콩심이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다시 입국 신고서를 써오라는데 아는 정보가 있어야지~

그때 갑자기 언니가 단톡방에 올린 호텔 주소랑 이름이 생각났어,

카드를 찾아들고 줄 서면서 적느라 진땀 흘렀네~

이런 일 있을까 봐~ 언니가 올렸나 봐~ "

밖으로 나와 보니 화물로 부친 우리 케리어를 미리님이 잘 찾아 한쪽에 모아두셨다. 그걸 끌고 모이기로 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11회 선배님들이 떡을 나누어드시고 계셨고,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힌 우리도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있는데, 산벚나무님이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 가셨거니 생각하다가 예감이 좋지 않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았다. 내가 걸어왔던 아득한 곳에 희미하게 빨간 모자가 보였다. 나는 떡을 먹다말고 달려갔다. 굳어있던 산벚나무님이 나를 보더니 반가움과 서운함을 덧셈해 버럭 하셨다.

“아니, 나도 없는데 어떻게 그냥 갈 수가 있어?"

"당연히 뒤따라오신 줄 알았지요, 그런데 어쩌다가 아직도 여기에 계셨어요?"

"나오다가 세 번이나 털리느라 그랬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간사이 공항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중

잘못 얽히면 입국 수속 시간이 엄청 걸리는데, 평소보다 짧게 끝나 시간을 많이 아끼게 되었다는 가이드 멘트에 안도했다. 그리고 버스는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고베 슈신간으로 달렸다. 귀에 찰싹 엉기지 못한 가이드 언변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그 틈으로 간사이공항에서의 어처구니들을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엄청난 오류를 발견하곤 콩심이에게 속삭였다.

“콩심아, 너 아까 내가 출입국 심사대에 서 있을 때 언니가 걱정이 되어서 왔지?"

“응, 언니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잘못될 까봐...”

“ㅋㅋ 역시나 너답다. 이 바보야  하하”

“왜?”

“넌 이미 1차에서 통과했기 때문에 곧장 바로 나가면 되는 거였는데, 괜히 언니는 따라와서 ㅎㅎ"

“어? 진짜... 그러네...?”

“에구, 어딜 가나 꼭 표를 내요, ㅎㅎ

근데 일본은 참 웃긴다. 지들이 통과시켜 놓고 입국 심사 서류를 다시 써 오라고 하다니... 전산 시스템이 그 정도로 인식을 못하나? 하지만 우리도 너무 웃긴 자매야~

이 멋진 여행의 무사안일을 위해 우리 영희, 철이 크로스 하자~ 하하하 ~”

<<계속>>